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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공방 원인 등/이필상 고려대교수·경영학(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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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공방 원인 등/이필상 고려대교수·경영학(나의 지면평)

입력
1995.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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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이면 파헤치는 분석기사 더욱 늘려야 기초단체선거 정당공천 배제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협상을 한다지만 지자체를 갈라먹기 위한 또 다른 싸움일 뿐이다. 국민들로서는 무엇때문인지도 모르면서 정치인질로 묶여있다.

 여당이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이유는 정당이 개입할 경우 지방자치제도가 주민자치가 아닌 정당자치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야당이 정당공천을 주장하는 이유는 정당공천을 허용해야 책임정치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야의 싸움은 이러한 논리의 싸움이 아니다. 이는 선거를 불과 3개월여 남긴 상태에서 왜 여당이 약속을 깨고 무지막지하게 정당공천을 배제하려고 하며 왜 야당이 결사적으로 막으려하는가를 따져보면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싸움에는 정치적 흑막이 있다는 뜻이다. 즉 정당공천여부가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때문에 그렇게 물불을 가리지않고 싸우는 것이다.

 이러한 여야싸움에 대해 각 언론은 연일 이어지는 사건들을 대서특필로 생생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언론은 내면적 원인규명보다는 외형적 파행현상을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따라서 국민들은 문제의 심각성만 인식할뿐 왜 그와같은 처절한 싸움이 계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알지 못한다. 정치인들이 계속 연출해내는 참상에 불안과 탄식만 쌓일 뿐이다.

 결국 이번에 언론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한국일보등 일부신문들은 특정정당의 주장을 지지함으로써 본질왜곡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3월4일자)

 문민정부들어서 국민이 언론에 대해 가졌던 가장 큰 기대는 여야정치인들을 끊임없는 정쟁의 싸움꾼으로 만드는 정치흑막에 대한 사실보도였다. 이에 따라 정치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남으로써 정치가 스스로 정화되는 여건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은 여당이 정당공천배제를 주장하는 것과 야당이 이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 배후원인을 찾아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정말로 여당은 자치단체선거패배로 정치기반와해를 두려워하여 방침을 바꾼 것인가. 과연 야당은 입도선매의 형태로 공천자리를 이미 판 것인가. 이같은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언론이 추구했다면 이번 흑막정치싸움은 벌써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선거는 국민의 주도·감시하에 올바른 방향으로 차분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한국은행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실제로 한국은행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부속의 하급집행부서로 축소하여 귀속시키는 것으로 국민경제를 관료주의의 희생물로 만드는 엄청난 개악이었다. 이에 대해 대부분 언론은 경제의 정치적 유린문제보다는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간의 권력분할문제로 다루었다. 따라서 정부의 관료주의 횡포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경우 역시 언론들이 문제의 본질로서 정부의 한국은행법개정에 대한 배후의도를 명확히 밝혀냈다면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 독립성강화는 당연한 것으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언론이 진실을 밝힐때 나라는 밝은 미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진실을 왜곡할때 나라는 수렁에 빠진다.

 일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스스로 도태되고 마는 무서운 국제경쟁시대에 접하여 지방자치선거와 중앙은행독립은 우리정치와 경제의 앞날을 판가름하는 중대사이다.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언론의 힘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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