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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는 연극」 어디까지/김철훈 문화1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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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는 연극」 어디까지/김철훈 문화1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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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연극협회는 서울대학로에서 「사랑도 좋아하세요?」라는 연극을 공연중인 극단에 대해 지난 11일 공문을 보내 공연중지를 요구하고 중지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연극협회의 경고는 「사랑도…」가 「예술적 의도없이 흥행만을 목적으로 한 저질 음란공연」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원래 제목이 「포르노도 좋아하세요?」였던 이 연극은 종로구청의 종용에 따라 공연중 제목과 선정적인 포스터를 바꾸었으나 이번엔 협회의 제동에 걸린 것이다. 나체연극은 지난해부터 연극계의 골칫거리가 돼왔다. 「미란다」의 연출자가 불구속기소된 상황에서도 벗는 연극은 점차 성애연극, 포르노연극(한국일보 95년 3월6일자 21면 보도)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여 왔다. 「미란다」에서는 알몸의 여배우가 치부를 드러냈었고 지난 2월 서울공연을 끝낸 「마지막 시도」에서는 옷을 거의 다 벗은 배우들이 침대에서 행위를 벌였으며, 「사랑도…」에서는 자극적인 대사와 여과없는 샤워장면이 연출됐다.

 순수연극인들의 표현대로 「연극도 아닌 연극」이 이처럼 번져가는 동안 연극계는 사법처리를 통한 문제해결에 반대하면서도 아무 대책을 세우지 못했었다. 그런 점에서 연극협회의 공연중지 요구는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협회는 이 문제의 처리를 위해 처음으로 관람위원회를 구성, 「사랑도…」의 예술성 여부를 검증했다. 공연을 본 관람위원의 소감은 『저질 대사와 연기, 무엇보다 얄팍한 상혼으로 관객들을 우롱하는 공연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협회와 연극인들은 앞으로 저질연극 추방캠페인을 벌여서라도 잘못된 공연풍토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연극계는 전반적으로 불황이다. 벗지 않는 연극에는 관객이 잘 들지 않는다. 연극협회의 조치가 좋은 연극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주어 저질에 중독돼가는 관객들의 발길을 돌려놓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려면 저질추방과 함께 좋은 작품을 내놓으려는 예술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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