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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거울(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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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거울(장명수칼럼)

입력
1995.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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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의 국회의장·부의장 억류작전으로 기습당한 민자당 간부들은 야당의 그같은 작태가 너무도 한심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민주당이 정치행위가 아닌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그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폭거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야당이란 대부분의 경우 그 나라 여당의 거울이다. 여당의 국정수행능력이 어느 수준인가, 여당이 다수결이란 무기를 얼마나 공정하게 사용하는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야당의 모습은 달라진다. 여당이 어떻든 야당 홀로 의회정치의 모범생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다.

 한번도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여당은 항상 유리한 조건으로 우수한 인력과 자금을 확보했다. 야당은 정보입수·정책개발·대국민 홍보등에서 비교가 안될 만큼 불리했다. 야당은 정책이 빈약하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싸울 때가 많고, 세련될 여유가 없었다. 그것이 야당만의 책임일까.

 지난 6일 민주당은 통합선거법 개정안의 날치기 통과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회의장·부의장을 자택에 억류했다. 억류 7일만인 12일 경찰이 동원되자 야당의원들은 농성을 풀었는데, 그동안 욕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국회의장 억류에 충격을 받았던 사람들은 차츰 야당이 저렇게 싸우지 않았다면 날치기 통과를 막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

 민자당은 6년여에 걸친 여야의 토론과 협상으로 1년전 제정한 통합선거법을 선거를 불과 넉달앞둔 시점에서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자는 민자당의 개정안은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법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으나, 자신의 주장대로 만든 법을 1년만에 그것도 선거가 임박해서 개정하겠다고 나설 때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난 1년동안 무슨 상황변화가 있었기에 여당은 무리를 무릅쓰고 공천배제를 관철하려는 것일까. 보통사람들이 상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변화란 김종필씨의 탈당과 신당창당, 그리고 김대중씨의 정계복귀 논의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 정도다. 기초단체 선거에서 「전라도당」 「충청도당」이 다시 두드러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개정론에 선뜻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은 갑작스런 정당공천 시비가 어딘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야당의 국회의장 억류는 「막가는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국민에게 심었지만, 「막가는 정치」의 다른 일방은 여당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많은 국민들은 다수결 만능을 휘두르던 과거의 여당과 거리로 뛰쳐나가 싸우던 야당을 떠올리고 있다. 강행처리냐 협상이냐의 갈림길에서 여당은 그런 부담을 인식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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