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오는 1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완화조치는 간과하기 어려운 몇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부산이라는 특정지역에 대해 예외적인 완화조치를 해주기로 한 점이고, 다음으로 규제완화의 대상과 범위가 너무 광범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 그린벨트 보존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점차 물러지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부산 해운대구의 그린벨트안에 제2농산물도매시장을 예외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해준데 대해 정부는 농업경쟁력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1년여동안 특혜시비를 빚으면서 정부안에서도 말이 많았던 이 문제를 막연하게 농업경쟁력과 연관시켜 정당화하려는 것은 석연치 않다. 부산이라서 봐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적잖은 논란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물론 부산에 그린벨트(전체면적의 45%정도)와 함께 산악지역이 많다는 특수한 사정은 감안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농업경쟁력과 연관되는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또 지난 71년 그린벨트 설치이후 45차례 단행된 완화조치중 93년말의 대대적인 조치 다음으로 완화대상과 범위가 광범하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 들어서 연속적으로 단행되고 있는 광범하고 대폭적인 규제완화는 그린벨트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린벨트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선회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만한 것이다.
그린벨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는 아직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현재 28만2천여가구, 96만4천명이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의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가 공익을 내세워 야금야금 그린벨트를 훼손할 경우 민간의 개발욕구도 커질 수밖에 없으며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상의 권익을 제약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만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자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조치로 그린벨트에 대한 각종 민원이 자극된다면 지난 24년동안 엄격하게 지켜져 온 그린벨트제도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개별적인 이해나 국지적인 필요성보다 환경보존이라는 대국적인 필요성 때문에 그린벨트는 유지되고 있다. 그린벨트의 이용은 누구도 시비걸 수 없는 명명백백한 대원칙하에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