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총대 메야하나” “당선 얘기도 없고” 착잡표정 황낙주 국회의장은 요즈음 착잡하다. 민주당의원들이 한남동 의장공관을 점거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왜 정치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를 하루에도 몇번씩 되뇌이며 그저 답답할 뿐이다.
황의장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배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여권일각에서 일고 있을 때부터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예견했다. 당시 그는 가까운 민자당의원들에게 『선거를 앞두고 이게 무슨 일이냐』 『이렇게 불쑥 던져 여야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통합선거법개정안 처리문제가 정치권의 최대이슈로 부상하자 『절대 날치기는 안된다』며 여야협상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황의장은 야당측의 의장공관점거도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여권내부의 충분한 조율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여권일각의 「발상」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황의장이 최근들어 여러차례 『청와대나 민자당으로부터 아무런 협의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황의장은 6선의원으로 입법부수장이며 민주계 원로이다. 그는 원칙주의자이며 스타일리스트이다. 국회부의장시절인 93년 예산안을 날치기했다가 야당측으로부터 「기피인물」로 낙인찍힌 아픈 과거도 갖고 있다.
그러기에 황의장은 지난 임시국회회기말 민자당지도부가 강행처리방침으로 가닥을 잡아가자 난처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금도 「날치기 총대」를 멜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가 경호권발동이나 의장공관에 경찰력투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여야간 막바지 타협을 바라는 그의 심경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권일각에서는 황의장이 자신의 이미지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강행처리가 어렵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황의장은 명분과 현실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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