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억류」정국을 지켜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실력행사가 상당히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정치인들이 서슴없이 물리적 힘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나서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그에 대해 국민들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그런 파행의 정치를 오랫동안 보아 왔기 때문이다. ◆정치판 아닌 다른 곳에서도 우리는 숱한 실력행사의 현장을 보아 왔다. 대학생들의 가두시위를 비롯하여 장기간 기업을 마비시켜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던 노사분규도 지겨웠다. 우루과이 라운드협상 타결을 전후해서는 농민들도 과격한 실력행사를 서슴지 않았다. 지하철 버스 택시도 걸핏하면 파업 위협이다.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를 위한 실력행사는 당연한 것처럼 인식될 정도였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이런 인식이 코흘리개 어린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며칠전 경기도 김포의 어느 국민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했다. 동네 주변에 레미콘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로 학교를 가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가 가지 말라고 해서 안갔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그런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정말 안타깝다. ◆학생들의 등교거부 보도를 보면서 얼른 생각나는 것은 등원을 않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되면 학생들은 응당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국회가 열리면 의사당으로 들어가 국정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밖에서 엉뚱한 실력대결만 벌이고 있는가. 국민학교 학생이나 그 부모들이 혹시 정치인들을 그대로 본뜬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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