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통해 “무리수없이 처리”지시한듯 유럽순방의 네번째 국가인 영국에 도착한 9일 김영삼대통령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날 아침 손기정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독일 올림픽 경기장에서 조깅을 할때에도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게 측근들의 얘기다. 물론 통합선거법의 개정을 둘러싼 국내 정치권의 일그러진 모습때문이다.
김대통령은 매일 한승수비서실장과 이원종정무수석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국내 상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을 수행한 김한규총재비서실장도 황락주국회의장이나 이춘구민자당대표등과 통화해 국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서울의 참모들에게 김대통령의 지침이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측근들의 말을 모아 보면 김대통령의 지시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라』는 수준인 것같다. 대통령이 귀국하는 15일까지 통과가 가능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야당이 감금이니, 납치니 하는 「자충수」를 둔 만큼 법안처리를 못하더라도 귀국 이후 김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게끔 명분을 축적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의 심기를 반영하듯 수행관계자들은 민주당에 대해 『공권력은 없고 사권력만 있느냐』 『공천장사 없는 깨끗한 정치를 해보자는 것인데 이를 반대한다면 공천장사하겠다는 말이냐』는등의 원색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14일로 예정된 수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어떤 식이든 심중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런던=신재민 기자>런던=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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