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1엔마다 백억엔 손실”/중소무역업 연쇄도산 위기/사태계속땐 기업 해외도피 산업공동화 우려 달러화 폭락으로 엔화가 급등하면서 일본기업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당초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을 1백엔 정도로 예상해 이에 맞춰 생산·수출등 사업을 벌여왔는데 급격한 엔고사태가 돌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활의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적자를 최소화하고 휘청거리는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마련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소규모 수출과 무역업에 종사해온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이후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여온 일본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인 악재로 지적되고 있다. 연초 경제전문가들은 달러당 엔화가 1백엔선을 유지할 경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2.%, 내년에는 3.%로 경제가 회복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엔화가 급등하면서 이같은 전망은 빗나갈 공산이 커졌다. 달러당 93엔대일 경우 2.%, 90엔선일 경우에 1.%까지 올해 성장률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출은 급격히 줄어드는데 비해 수입은 엄청나게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도 달러당 90엔의 경우 95년 1천47억달러, 96년에는 5백85억달러로 반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고 여파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분야는 식음료 의료품등 주로 외제수입품과 경쟁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달러화 약세로 저가 수입품이 물밀듯이 들어올 경우 이들 기업들의 경쟁력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닛산(일산)자동차의 경우 달러당 1엔씩 엔화가 오를 때마다 1백억엔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달러당 98엔대였던 것이 8일 현재 89엔선까지 치솟은 만큼 졸지에 8백억엔이상의 피해를 본셈이다. 당초 3월중 경상이익을 6백50억엔가량으로 예상했던 닛산측은 이같은 돌발적인 엔고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대미(대미)수출 자동차가격을 인상했다. 게임기기메이커로 잘 알려진 세가사는 3월 한달 경상이익을 3백20억엔으로 잡았다가 최근 며칠사이 엔고로 80억엔의 피해를 봤다. 세가측은 이에 따라 해외생산비중을 확대키로 하는등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대책마련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목은 엔고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장단기 예측이다. 월별로, 장기적으로는 2000년대까지 경영계획을 세워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정확한 환율예측에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엔화의 장기적 전망에 관해 달러당 60엔대에서 1백10엔대로 전문가들마다 각양각색이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에서부터 환율의 구조적 개편이라는 시각까지 폭넓게 혼재되어 있어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이 8일 일본의 대표적인 12개 기업을 대상으로 95년도 상반기의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달러당 90∼95엔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번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너도나도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 산업 공동화현상이 가속화하고 설비투자의욕도 크게 감소돼 경기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한 경제악화로 취업난이 심화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도쿄=이창민 특파원>도쿄=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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