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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지우 조각가 데뷔전/시로 못쓴 인간의 아픔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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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지우 조각가 데뷔전/시로 못쓴 인간의 아픔 형상화

입력
199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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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학고재서 24점전시 시를 쓰던 손으로 조각작업을 해온 황지우(한신대교수·한국일보 94년 3월9일자 보도)씨가 5월초 서울학고재화랑에서 조각가로서 데뷔전을 갖는다. 황씨는 93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빚어낸 작품 24점과 조각을 하면서 쓴 시와 산문으로 화집을 제작, 공개한다.

 선보일 조각작품은 모두가 고통받고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인체상이다. 쭈그리고 앉아 괴로워하는 남자, 온몸을 비틀며 에로틱한 모습을 연출하는 여인, 높은 나뭇가지에 한 팔로 매달린 사람등 하나같이 인간의 아픔이 표출돼 있다. 조각을 시작하면서 쓴 「바깥에의 반가사유」 「저울위에 놓인 바나나」 「안부」 「이 세상의 고요」등 시 10여편과 산문 10여편은 작업과정에서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과 만족감을 담고 있다.

○시·산문 20여편 공개

 그에게 조각은 여기가 아니다. 조각작품에 대해 그는 『90년대 들어 세계관적 파탄과 표적 상실로 인한 「시적 진공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조각작업은 시작활동의 부진으로 인한 위기감과 우울증을 치유하려는 「투병」이었으며 10여편의 시는 병에서 회복된 뒤에 나온 「환희의 노래」인 셈이다.

 그는 작업노트를 통해 『시를 쓸 능력이 고갈됐다는 생각때문에 고통받았다. 그러던중 우연히 진흙을 주물럭거리게 됐다. 말을 버리니 후련해졌고 침묵은 숨통을 터주었으며 노동은 존재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차츰 어느 막혔던 귀퉁이에서 시가 새어나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작품이 처음 생각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볼품없지만 고갈됐던 사고를 다시 채울 수 있어 나름대로 만족한다』는 것이 전시회를 준비하는 소감이다.

○침묵의 노동으로 숨통

 진흙을 만지며 산고의 고통을 거쳐 새로 낳은 시들은 80년대의 시들과 사뭇 다르다. 사회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냉소를 통해 상처를 감싸고 달래주었던 시들이 이제는 생명, 근원, 고독을 탐구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맑고 쌀쌀한 초봄 흙담벼락에 붙어 햇볕 쐬는데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 빈말로라도 집에 가서 자자는 놈도 없고 불 꺼버린 여관 앞을 혼자 서성거릴 때 …그때, 이 세상은 문득 이 세상이 아닌 듯, 고요하고 무한하다> (이 세상의 고요).

 그는 『생각을 농축해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각은 시와 가깝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아이디어로 남아 있는 20여점의 작품을 만들어 한번 더 개인전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감성독특 참신한 충격

 미술평론가 이영욱(전주대교수)씨는 『기존 미술인들은 절대적 미적 가치만 추구하다보니 작품 속에 자기고백이 드물었다. 시인의 독특한 감성이 배어 있는 황씨의 작품들은 참신한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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