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사회개발 정상회의는 참가자의 면면이나 규모로 볼 때 유사이래 가장 매머드급 국제회의임에 틀림없다. 참석자수는 총 2만여명. 호텔과 활주로가 모자라 인근 도시를 이용해야할 지경이다. 회의의 거대한 규모와 분주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는 마치 중대한 역사적 결정이 내려지는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91년에 발의돼 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늘에 왔다. 이번 회의가 결의할 사항은 인류역사의 발전에 확실히 중요한 것들이다. 절대빈곤의 퇴치, 완전고용실현, 사회적 통합이라는 이번 회의의 3대 주제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대강 성안돼 가고 있는 공동선언과 실천계획의 내용을 취재하면서 당초의 큰 기대감이 회의의 양적규모에서 온 것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회의는 사회개발이 탈냉전후 국제평화와 안정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새로운 「인간안보」의 개념과 정책방향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막상 별다른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후진국은 장황한 말보다는 당장 입이 걱정이다. 선진국은 경제적 부담을 공약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후진국의 불만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유럽언론들은 헛된 기대감만 심어주는 「텅빈 수사학의 잔치」라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코펜하겐은 2백여년전 안데르센의 희망과 키에르 케고르의 절망이 공존했던 도시이다. 세계정상들은 여기에서 인류에게 어떤 미래를 줄 것인가.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개막연설에서 『원칙은 정해졌다. 이제는 정상들이 결정하고 행동해야할 때』라고 말했다.【코펜하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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