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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선언」의 의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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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선언」의 의미(사설)

입력
199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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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이 독일외교3단체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행한 한반도 통일 및 남북관계개선에 관한 연설의 의미는 각별하다. 「베를린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연설의 가장 큰 의의는 냉전체제가 붕괴됐음에도 여전히 남북한이 날카롭게 대치중인 분단국의 대통령으로서 통일의 현장에서 평화통일구상을 내외에 확고하게 재천명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북한에 대해 곡물을 비롯, 필요한 원료와 물자를 장기저리로 제공할 용의표명과 함께 북한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어떤 분야의 협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한 것은 북한을 공존의 동반자로서 돕겠다는 실천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작년 11월초 대북 경제협력활성화조치 이래 민족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경수로를 지원한다는 뜻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곡물등의 지원도 무상이 아닌 장기저리로 한 것은 저들의 체면을 감안한 배려인 것이다.

 김대통령이 독일통일의 교훈이 한반도에도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고려를 한 것이 주목된다. 즉 화해·교류·협력을 통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통일만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공존공영의 기회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소위 독일식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경계심을 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분단된 독일보다 통일된 독일이 유럽과 세계에 더 큰 기여를 한 것처럼 한국의 통일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한 것 역시 한반도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관망과 사시에 대해 강한 지적을 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독일분단의 상징이자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을 직접 걸어보면서 깊은 감회에 젖었을 게 틀림없다. 자신의 말대로 세계가 변하고 있는데도 꽁꽁 얼어붙은 판문점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생각했고 또 세계화가 통일을 촉진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문제는 독일과 한반도는 역사·전통·문화·분단배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전화를 겪고 아직도 북한은 적화를 꿈꾸며 핵개발을 기도하고 있다. 따라서 저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며 화해협력을 모색하고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고행과 인내의 자세로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은 최근 새 평화보장체제의 수립방안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또 오는 4월21일까지 경수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런 북한이 곡물과 원료·물자의 저리제공을 선뜻 수락할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통일로 가는 길은 실로 험난하다. 김대통령의 이번 독일통일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차 흔들림이 없는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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