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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남은 일제오염/최성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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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남은 일제오염/최성자(메아리)

입력
199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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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농촌마을을 지나다 동네 입구에 「○○부락」이란 푯말이 서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방송에 나와 자기 동네를 가리키면서 「우리 부락은…」하며 말하는 것을 가끔 듣는다. 부락은 일본에선 천민이 사는 마을을 가리킨다. 일본인들은 한국을 침략한 후 마을 동네 촌락등 운치있는 말로 불러 온 우리 호칭을 애써 부락이라고 바꿔 쓰기 시작했다.

 일제 침략기에 스며든 말의 오염은 역사용어 사람이름 땅이름 문장표현등 많은 것에 걸쳐 있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 정신을 좀먹는 독소들이다.

 한국땅이름학회는 지난7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시민문화대학 강좌에서 땅이름을 먹칠한 일본인의 악의를 지적하고 고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름다운 우리토박이 땅이름이 민족말살정책과 일본인의 편의에 따라 개명된 것을 바로잡자는 주장이다.

 민족사 바로찾기 국민회의는 지난달 22일 국민학교란 이름도 일제 침략의 산물이라고 바꿀 것을 교육부에 건의했다.

 사람이름에 일제 잔재를 담고 있으면서 평생을 업보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여자이름에 붙은 자와 남자이름의 낭 조 웅등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여자 이름에 붙은 아들 「자」이다. 일제가 망하기 직전인 40년대초에는 유행처럼 썼다고 한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최근 국교 6학년 여학생들의 이름을 조사했다. 서울의 강남 강북지역 두 학교, 경기의 과천 안양 두 학교, 충청의 대전 청주 두 학교등 6개교 모두 1천2백50여명의 여학생 이름을 알아보았다. 강북 한 학교에서만 아직도 두명의 이름에 「자」가 붙어 있었다.

 가까운 친척 대학생중 자자 붙은 이름이 창피해서 바꾸려고 시도했다가 까다로운 법원 절차때문에 포기한 사람이 있다.

 내 명함을 일본사람에게 주면 성자를 일본 발음으로 「나리코」라 부른다. 영어로 써 줘도 그게 부르기 쉬운 모양이다.

 옛 총독부 건물의 철거결정은 일제 최대 잔재를 허무는 상징이다. 우리 땅과 국민학교 사람이름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는 언제 허물 수 있을 것인가.<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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