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22만대 대여… 10년새 4배 성장/차값 올라 「소유」보다 「이용」중시 성향 변화 일정기간 사용료를 지불하고 자동차를 사용한 뒤 되돌려주는 자동차 리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자동차시장의 판매패턴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리스는 총 3백22만4천여대에 달해 전체 판매의 29.5%를 차지했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리스차량이 올해에는 미국내 자동차 3대중 1대, 2000년에는 2대중 1대꼴이 될 전망이다.
리스시장은 비교적 소액의 월 불입액으로, 할부나 현금구매로는 타기 어려운 고급차종을 탈 수 있다는 이점과 차를 소유할 경우 겪게 되는 각종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등이 부각되면서 지난 10년간 4배이상 성장했다. 차종 역시 과거처럼 고급 세단이나 업무용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종류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리스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자동차 판매가격의 상승. 미시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동차금융전문회사 스마트리스사의 조지 르게니스 이사는 『자동차 가격이 오름에 따라 월부로 자동차를 사는데 드는 부담이 너무 커져 리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가격상승은 안전 및 환경보호를 위해 미국정부가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보다 많은 옵션을 택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할부나 현금으로 차를 구입할 경우 차값이 오른만큼 소비자가 오른 차값을 부담하지만 리스는 차값상승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매달 정해진 불입액만 내면된다. 일본 자동차들의 리스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가격인상때문이다. 엔고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자동차들은 미국차에 비해 대당 평균 2백∼1천8백달러가 비싸다.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은 그러나 리스자동차의 월불입액을 결정하는 변수중 하나인 중고차 가격이 미국차에 비해 높아 리스를 할 때 월 불입액을 경쟁차종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게 맞출 수 있어 대대적인 리스판촉을 벌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 자동차의 미국 리스시장 점유율은 23%에서 26.5%로 높아졌다.
포드·제너럴 모터스(GM)·크라이슬러등 미국의 빅3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본 자동차의 약진으로 자신들의 리스시장 점유율이 93년 68.7%에서 지난해 66.1%로 떨어지자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엄청난 물량의 광고전과 함께 소비자의 월 불입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성과 탈환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소유」보다는 「이용」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소비행태 변화도 리스증가의 또다른 요인이다. 베이비붐세대 혹은 엑스(X) 세대라 불리는 20대초반∼30대중반 연령층의 소비행태는 「적은 돈으로 새 차를 다양하게 타겠다」로 바뀌고 있다. 이들은 차를 재산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필요한만큼 쓰는 생활 이기로 간주한다. 비교적 지갑이 얇은 이들에게 리스는 처음에 지불해야하는 목돈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리스의 수요증가에 부응해 메이커들은 각종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계약이 끝난 뒤에도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차량을 처분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선택의 폭을 제시한다. 계약기간동안 직영공장을 통해 도로출장 서비스와 저가부품 무료교체 서비스등도 실시하고 있다.
일부 메이커들은 또 자체 금융회사에 보조금을 지불, 차량의 잔존가치(리스가 끝난 시점의 차량가격)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리스의 월 불입액은 새 차의 가격에서 잔존가격을 뺀 나머지 가격에 대해서만 적용되므로 잔존가치를 높게 책정할 경우 월 불입액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메이커들 손해 안봐
메이커들은 리스 이자율을 우대금리 이하로 낮춤으로써 이자부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이 방식 역시 자체금융회사에 보조금을 지불함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메이커의 입장에서 리스는 결코 이익을 갉아먹는 장사가 아니다. 리스는 할부구매에 비해 당장의 월 불입액이 적기는 하지만 소비자가 리스종료까지 부담해야하는 총비용은 현금구매나 할부구매보다 높은게 사실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자동차 메이커나 메이커의 리스업무를 대행하는 딜러가 취하는 이익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현지 할부금융회사인 현대 모터 파이낸스 컴퍼니의 이준원 부사장은 『메이커로서는 리스를 할 경우 소비자에게 정확한 차량가격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므로 자동차값 인상에서 오는 잠재적 수요감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며 『리스는 소비자들의 수요패턴변화에 자동차메이커들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리스 어떻게 이뤄지나/차 빌리면 메이커는 금융사에 차판셈/소비자는 딜러·금융사에 요금지불
자동차 리스는 리스이용자(자동차 사용자)가 리스 제공자(자동차 소유자)에게 일정기간 정해진 사용료와 이자를 지불하고 차를 빌려타는 것이다. 차량소유자는 대부분 자동차메이커의 자체금융회사이며, 은행등 일반금융기관이나 리스전문 금융회사도 일부 있다. 리스는 소유권이 자체금융회사등에 넘어가는 것이므로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엄연한 판매가 된다.
리스이용자는 계약 만료시점에서 약정 주행거리와 정상마모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상응하는 별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년단위 계약이 가장 많으며 연간 주행거리는 통상 1만5천마일(약2만4천)이다.
차량소유자는 주로 리스료의 우편접수와 리스료 연체시 차량회수등만 하며 리스계약과 반환등 대부분의 고객업무는 딜러가 대행한다. 딜러측에서 보면 소비자가 리스갱신을 위해서라도 2∼3년 단위로 방문하게 되므로 반복고객 확보가 가능하며, 질좋은 중고차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스금액은 자동차 이용에 따른 감가상각분에다 금융제공에 따른 이자를 더해 결정된다. 감가상각분은 자동차 판매가격에서 계약만료시점의 잔존가치를 뺀 것이다. 리스이용자는 차를 빌림으로써 금융회사로부터 간접적으로 융자를 받은 셈이 되는데 이자는 이 융자분에 대한 것이다. 매달 지불하는 리스료는 이 둘을 합한 것을 계약 월수로 나누면 된다. 리스료는 일반적으로 할부금액에 비해 30∼40%가 싸게 책정된다. 보험료는 차량이용자가 물어야하는데 차량소유자가 미리 정하므로 자가소유보다 비싸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현금구매와 리스를 접목한 일시불 리스상품도 개발됐다. 매달 일정액을 내는 대신 이자를 뺀 금액을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다.
◎“소비자들 리스선호 높아져 만기중고차 유통도 효율적”/스마트리스사 이사 조지 르게니스씨(인터뷰)
자동차 금융전문회사 스마트리스의 조지 르게니스 이사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게니스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안전 및 환경과 관련한 미국정부의 자동차 규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므로 자동차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리스 선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리스는 제너럴 모터스(GM)의 자체 금융회사로 미시간에 본사를 두고 있다.
―리스제공자는 주로 어떤 회사들인가.
『71%는 자동차회사의 자체금융회사다. 19%는 은행이나 리스 브로커등 개별금융회사들이고 나머지 10%는 딜러가 직접 한다』
―딜러들이 자동차 가격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등 리스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
『할부판매의 경우에는 원가·판매가·이자율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리스에는 아직 이러한 규정이 없다. 딜러들이 직접 리스를 하거나 개별 금융회사가 리스를 할 경우에 이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금융회사는 모든 조건이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그렇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가 중고차 재고부담을 늘려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견해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전에는 중고차의 40∼50%를 개인이 처분했는데 최근에는 딜러들이 주로 매매하고 있다. 리스가 끝난 차의 20%는 리스했던 사람들이, 60%는 딜러들이, 나머지 20%는 중고차를 고쳐 파는 사람들이 경매를 통해 사고 있다. 리스 차들은 대부분 상태가 좋기 때문에 중고차의 유통과정이 훨씬 효율적이 된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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