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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유학박람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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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유학박람회」(사설)

입력
1995.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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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대사관이 서울과 대구에서 주관했던 유학박람회에 서울에서 1만여명이, 대구에서는 수천명의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참석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참관자들의 절대 다수가 합법적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고졸자나 대학생이 아니고 중·고교생과 그 학부모들이었다는 현상은 벌써 몇년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초·중·고교생의 편법조기유학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같아 우려를 하게되는 것이다.

 우리 유학생을 한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미국·영국·캐나다의 대학들이 대학소개모임을 개최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올 들어서는 가장 먼저 미국대사관이 지난 4∼6일사이에 아예 정부차원에서 「유학박람회」란 거창한 이름까지 붙인 자기나라 대학소개모임을 주관했고 1백56개의 미국내 대학과 어학연구소들이 자기대학 소개와 유학정보를 제공하는 열띤 경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유학을 갈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외국의 대학들이 자기대학을 정확히 소개하고 유학수속을 위한 자세한 안내를 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유의 유학박람회는 가뜩이나 붐을 이루고 있는 초·중·고교생들의 탈법조기유학열기를 부추길 소지가 많다는 데서 예삿일로 봐 넘기기가 어려운 것이다.

 지난89년 해외여행자유화이후 서울의 일부 부유층사이에서 일기 시작했던 초·중·고교생들의 탈법조기유학현상은 이제 대학진학에 자신이 없는 전국의 여유계층에 일반화하다시피 됐다. 이러한 탈법유학청소년이 미국에만도 수만명, 호주·캐나다·뉴질랜드등지에도 수천명이 나가 초·중·고교에 다니기에 이르렀다는 데도 교육부나 대사관에서는 실상파악이 어려워 정확한 숫자마저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초·중·고교생들의 조기유학의 불법성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인격함양과 학업성취에 얼마나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 조기유학이 내포한 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엄청난 유학비용이나 탕진한 채 적응단계에서부터 실패해 생의 낙오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그게 어디 당사자나 그 부모만의 불행으로 그치는 일이겠는가.

 국내고교나 대학에 진학하기 힘든 학력소지자들의 학부모들은 조기유학결정에 앞서 그 자녀들이 언어와 문화의 두터운 장벽과 외로운 타국살이를 노리는 온갖 유혹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유학에 성공할 확률이 어느 정도나 있을 것인가부터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도 조기유학실패사례등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적극 소개해 조기유학 열기를 식히고 외국대학들의 유학유치모임이 초·중·고교생의 조기유학붐을 부추기지 않도록 하는 대책마련도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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