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의원 도움받아 전격시도/민주일각 “여론악화” 철수주장/「격리」서 해방 김 내무위장 즉각당사로 민주당의원들이 이틀째 황낙주국회의장등을 자택봉쇄한 가운데 여야는 7일에도 원색공방을 벌였다. 또 이날 172회 임시국회가 자동폐회됨에 따라 여야는 9일 소집되는 173회 임시국회에서의 재격돌을 위한 힘비축작업에 돌입했다.
민주당의원들의 실력저지로 이틀째 국회등청을 못하고 있던 황의장은 하오 들어 한남동 공관에서 구천서의원등 민자당의원 7명의 도움을 받아 등청을 시도했으나 민주당의원들의 극력저지로 실패했다.
현관과 앞마당에서 「포진」하고 있던 민주당의원들은 승용차 뒷좌석을 점거하고 차앞을 가로막는등 육탄작전을 펴 『비켜라』 『못간다』는 고성과 함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황의장의 「등청투쟁」은 10여분만에 끝났다. 그러자 황의장은 눈물을 머금은 채 『세상 어디에 의원이 의장의 등청을 물리력으로 막느냐』며 『이같은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황의장은 『상오 10시 공관에서 여야총무회담을 열자』고 주선했으나 현경대민자총무가 『옥중에서 무슨 회담이냐』고 거부해 무산됐다. 공관에 나타난 신기하민주총무는 황의장과 40여분간 면담한뒤 『총무회담을 제의하지도, 받지도 않았다』며 『선거법개정을 위한 어떤 논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변의 당론』이라고 밝혔다.
신총무는 『날치기를 위한 국회는 의정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며 173회 임시국회 소집을 비난했다.
김원기부총재를 팀장으로 교체된 민주당 「감시조」16명은 신총무로부터 황의장의 공식등청계획을 전해듣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역할분담을 하고 공관의 비상탈출구를 수차례 점검하는등 「일전」에 앞서 세심한 준비를 갖췄다.
황의장은 이날 하오 비서진을 통해 농성중인 민주당의원들에게 『공관을 떠나지 않기로 약속하고 국회가 열리지 않는 8일 하룻만이라도 소수의 인원만 남고 철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회기가 아닌데 농성을 계속하면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며 철수를 주장했으나 『다음 임시국회 회기까지 황의장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론이 제기돼 결국 그대로 잔류키로 결정했다.
이한동부의장의 염곡동자택에는 한광옥 이부영부총재등 9명의 민주당저지조가 이틀째 밤샘을 했다. 이들은 상오 6시께 기상, 이부의장과 식사를 한뒤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오늘도 출근하지 마시죠』라며 「정중하게」 요청했고 이부의장은 『여러분들이 타고 온 차가 대문밖 길을 가로막고 있어 나가려 해도 나갈 수 없다』면서 『도망치는 식의 추태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이부의장은 그러나 『좋아하는 새벽등산을 당신들때문에 못하지 않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간간이 표출하기도 했다. 이부의장은 전날 늦게 찾아와 함께 밤을 보낸 민자당 손학규의원과 한동안 밀담을 나눴으며 민주당에서는 일부 의원이 새로 합류한 홍사덕의원등 3명과 임무를 교대했다.
민자당은 이날에도 야당의 장외실력저지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 「사법처리」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는등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본회의유회후 열린 의총도 강경분위기일색이었다. 하지만 의총이 끝난뒤 긴급소집된 고위당직자회의는 강경방침이 유효함을 확인하면서도 『우선 야당이 자성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며 유보적 자세를 보여 민자당 나름의 「고민」을 짐작케 했다.
박범진대변인은 『야당이 반드시 자성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가 강한 대응을 할지 안할지 지켜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선 의총에선 전날 야당에 의해 지방으로 격리됐다 풀려난 황윤기의원이 나와 20여분넘게 「납치」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황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의석에서는 『몹쓸 사람들』 『모두 잡아넣어야 해』라는등의 외침이 간간이 흘러나왔다. 이에 자극받은 듯 이어진 토론에 나선 대부분의 의원들은 『야당의 행위는 법적, 정치적으로 제재받아 마땅하다』며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이에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비해 오세응 변정일의원등은 『1년만에 법을 바꾸는데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누군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등의 비판론을 제기해 잠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
의총초반 함석재 김형오의원등 「의원납치 진상조사반」은 『야당의 행위는 불법적인 체포, 감금이 분명하다』며 당지도부에 응분의 조치를 건의해 분위기를 잡았다. 한편 하오 3시께 야당으로부터 「해방」된 김위원장은 곧바로 여의도당사로 와 이춘구대표에게 경위를 보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장단등원봉쇄를 계속하며 국회에서 긴급 의원―당무위원연석회의를 갖는등 긴장된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특히 의장단등원저지와 김내무위원장 및 황민자간사의 지방격리에 대해 민자당측이 감금과 납치로 몰아붙이며 사법대응도 불사할 태세를 보이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하오 의원―당무위원연석회의에서 김내무위원장 및 황간사의 지방격리 당사자인 정균환 김충조의원등으로부터 경위설명을 듣고 민자당의 진상왜곡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이날 임시국회가 폐회됨에 따라 국회비상대기상태는 해제했으나 의장단 등원저지조는 당분간 의장공관등에 계속 배치, 황의장등의 출입을 막기로 했다. 또 국회에는 이기택총재를 비롯한 지도부가 상황팀을 구성, 24시간 상황을 점검키로 하는등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하오에 열린 총재단회의에서 유준상부총재등이 전원합의제를 전제로 여야간 협상대표팀을 구성, 협상에 응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등 당내에 협상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권노갑부총재등은 『지금은 법안강행처리 저지에 주력할 때』라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총재단은 사태추이를 지켜본 뒤 당3역과 과거 정치특위대표 3인씩 각당 6인으로 12명의 협상특위를 제의하기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이계성·김동국 기자>이계성·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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