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서울대총장/“3년유예 두고 입시제 개선”(한국인터뷰)

◎국제수준의 대학 만들어 가야죠…/내신　확대…　사회기여도　반영　바람직/법학교육　다양화…　사시인원　늘려야/총장직선제　폐해　거의　없어…　교수들의　신뢰에　맡기길□대담:문창재 사회1부장

　이수성(56)서울대총장은　요즈음　서울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에　영일이　없다.　총장선거　때　내건　서울대학교법　제정,　제2캠퍼스　건설　추진등　교육　내실화　약속들을　이행해　나갈　계획을　짜기에　하루해가　짧다.　봄빛이　완연한　관악캠퍼스　본관　총장실에서　만난　이총장은　조심스레　대학입시　개선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교육　전반의　문제와　서울대　현안문제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총장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런　자리가　생기면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것이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현행　입시제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80년대초　법과대학에　1백80점대　학생이　입학한　적이　있습니다.　그당시　2백90점대라야　합격이　가능했으나　3분의1　가량의　학생이　합격선에　훨씬　못미치는　점수였습니다.　입시제도란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시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본고사제도와　논술시험은　정도를　걷지　못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으니　입시의　정상화에　크게　공헌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본고사도　일면　과열과외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유지할　것이냐　여부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기여가　큰　만큼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부담주는　부분도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학에는　전문인력이　많으니　충분히　상의해　적어도　3년간의　유예를　두고　입시제도　개선을　검토할　생각입니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거나　마음　졸이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려하겠습니다』

　―예비고사나　학력고사시대　학생들과　본고사시대　학생들의　실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교육효과에도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말씀해주십시오.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예비고사나　학력고사시대의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단선적이라든지　복합적인　창작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되지　못합니다.　물론　법과대학생들의　시험　답안지를　보면　학력고사때　일부　학생들의　문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서울대　입시에서　본고사　수능　내신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입시제도는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찰나적으로　교육제도가　바뀌어서는　안됩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내신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신은　국민학교때부터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쳐오면서　학생들의　적나라한　교육　현장을　가장　잘아는　일선학교　선생님들이　판단해　기록한　것입니다.　성적이　몇점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으로　사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내신은　공익성　이타성은　배제되고　순전히　성적만으로　평가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의　재인식과　개선이　있어야　합니다.

　내신비율을　상당히　높여도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것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이바지하는　길이라　봅니다』

　―일부　사립대는　지역할당제나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전형제를　계획하고　있는데　서울대도　검토할　의사는　없으신지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학은　평균성과　보편성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그　제도들이　교육태도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서울대가　그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보편성의　원칙에　비추어　아직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지난번　총장선거때　직선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된　일도　있구요.　총장직선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어떻게　보십니까.

　『직선제　폐해가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서울대의　경우　그런　폐해는　거의　없었습니다.　제　자신이　말하기는　어렵지만　직선제　폐해가　있고　선거운동이　중요했다면　제가　총장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웃음).　결국은　교수들의　신뢰에　관한　문제입니다.　총장선거는　사회의　선거와　다릅니다』

　―법과대학　교수　입장에서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에서는　미국식　로스쿨(법과대학원)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미국의　법과대학은　목적이　다릅니다.　우리는　법학의　소양을　가진　사람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조인뿐만　아니라　법적　소양을　가진　언론인　기업인　교수　영화감독　소설가도　배출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　로스쿨은　법조인,　즉　법조기술인을　배출합니다.　지금　논의되는　사법개혁안이　법과대학을　폐지한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법률전문가　교육방법과　수급계획을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법대　교수들은　4년동안　전문교육을　시키기가　부족해　5,　6년제로의　개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도　자칫하면　인력낭비나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법과　교과목을　다양화해　심층적으로　교육시키고　세계화에　맞추어　외국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하겠지요』

　―사법제도　개혁의　또　다른　논점은　법관임용의　문제입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경륜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복잡한　사회현상을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그런　우려에　공감합니다.　중·고교　교육과　대학교육이　충실하면　그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입시에　영향을　받아　인성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법관이　된　것이　문제겠지요.　그러나　이는　다른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법관과　변호사를　매도하는　사회분위기에는　동감하지　않습니다.　법조인들은　양식을　갖고　양심을　지키면서　사회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부분적인　것으로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판사임용은　좀더　신중해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의　판사보제도를　도입하거나　연륜에　따라　사건의　난이도를　구분하는　것도　좋겠지요.　이러한　개선은　법조인들의　부담을　줄여　준다는　측면에서　시도돼야　합니다.　우리의　경우　법조인들이　한달에　2백5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이는　외국의　10배에　달하는　부담입니다.　사법고시에서　5백명정도를　뽑아　점차적으로　법조인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지난번　선거과정에서　말씀하셨는데요.

　『30년　전부터　서울대학교법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서울대학교법의　필요성은　서울대가　다른　국립대와　차별돼야　한다는　우월성에서가　아니라　우수한　교수들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교육시킬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서울대학생들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또　자구노력을　위해서도　서울대학교법의　제정이　필요합니다.　농생대　목장,　임업지,　공동연구등을　위한　기반의　부족을　해결하고　국제적인　수준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자구노력을　통한　수익이　모두　국고에　귀속되는　게　현재의　실정입니다.　서울대학교법에는　면학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제도적인　조건들이　제시돼야　겠지요.　서울대가　총리직속이　되는　것도　한　방안입니다』

　―지난번　선거때　제2캠퍼스　건설　추진을　약속하셨는데요.

　『서울대　교수들은　모두　제2캠퍼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대의　부지는　1백25여만평이지만　가용면적은　35만평에　불과합니다.　공동연구를　위해　농생대가　이전해야하고　제2병원　건립,　부속　중·고등학교　이전도　필요합니다.　제2캠퍼스　부지는　가까울　수록　좋겠지만　전철로　1시간가량　걸리는　곳이면　적합할　것입니다.　통일시대에　대비해　판문점　가까운곳도　좋고　서해안　매립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넓을　수록　좋겠지만　면적은　최저　1백만평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정리=권혁범 기자>

◇이수성총장 약력

▲39년　경북　칠곡　출생

▲61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64년　서울대　법학석사

▲76년　서울대　법학박사

▲67∼69년　서울대　법학연구소　전임강사

▲69∼95년　서울대　법학연구소및　법대　조교수,　부교수,　교수

▲80년　서울대　학생처장

▲86∼88년　한국형사정책학회장

▲88∼90년　서울대　법과대학장

▲현재　한국피해자학회　부회장및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