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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문화와 취소비용(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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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문화와 취소비용(프리즘)

입력
1995.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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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저녁 뉴욕시 교외의 한 음식점에 갔다가 낭패를 겪었다. 종업원이 거의 한페이지를 꽉 채운 전화예약자 명단을 보여주며 『잘하면 45분 정도 후에나 순서가 오겠지만 장담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로 30분 정도를 헤맨 끝에 음식맛도 별로 없는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며 예약전화 한통을 귀찮아 한 대가를 곱씹어야 했다.  『다음에도 이런 꼴 안당하려면 보험드는 셈치고 아예 매주말마다 식당에 예약을 해 버릴까. 밥먹고 나면 영화 한편 보고 싶을지도 모르니 극장도 미리 예약해 놓고. 아예 휴가때를 대비해서 관광지 호텔마다 모조리 예약을 해두면 어떨까』하는 한심한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이다. 예약취소에 대해 벌금을 물리는 것을 일종의 비신사적인 행위로 여겨온 미국업소들이 이른바 「노 쇼(NO SHOW: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행위)」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 다각도로 머리를 짜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동차 대여회사들이 예약을 받을 때 크레디트 카드번호를 적어뒀다가 예약을 취소하거나 예정된 시각에 나타나지 않으면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하루대여비까지 가차없이 카드에서 돈을 뽑아가버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부터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플로리다주 같은 곳은 자동차대여 예약취소율이 70%에 달한다고 하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호텔도 마찬가지. 예약된 일정을 취소하거나 바꾸면 25달러에서 50달러까지 벌금을 물리는 호텔들이 워싱턴DC나 시카고같은 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 예약을 하고, 갑작스레 사정이 바뀌어도 용인되는 편리한 미국의 예약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만약을 위해 보험드는 셈 치고」 예약을 해온 사람들에게 불편과 비용부담이 돌아오게 된 것은 물론이다. 예약문화라는게 만들어지기도 힘들지만 한치 앞을 못내다보는 이기심앞에서는 헝클어지기도 쉽다는 걸 보게 된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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