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높은벽 뚫어 주목 미국의 자존심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월가와 실리콘밸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첨단제품과 중국의 중저가 상품이 미국시장을 휩쓸어도 이 두 곳만은 넘보기 힘든 성역으로 남아 있다. 울픈슨사의 자회사인 울픈슨 인터내셔널 구자웅(35)전무는 월가의 벽을 비집고 들어간 몇 안되는 한국인중의 한명으로 꼽힌다.
현사장인 제임스 울픈슨이 지난 81년 설립한 울픈슨사는 인수합병이나 투자전략등과 관련된 기업의 금융업무에 대한 자문을 주로 하는 전문투자은행. 최근 3년간 성사시킨 인수합병거래건만도 2백50억달러에 이르는 이 회사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지가 몇년전 커버스토리에서 「울픈슨이 입을 열면 거대기업들이 귀를 쫑긋한다」고 제목을 달았을 정도로 월가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92년 설립한 자회사 울픈슨 인터내셔널에 소속된 구전무는 모기업 임원직을 겸하고 있는 폴 볼커회장, 제임스 울픈슨사장에 이어 울 픈슨 인터내셔널내 서열 세번째로 조직의 실질적인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외교관이었던 부친 구충회(현 외교안보연구원 명예교수)씨를 따라 중학생 시절에 도미,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학위를 받은 구전무는 군복무를 마친 뒤 85년부터 이 회사에 몸담아 오고 있다. 수억∼수십억달러로 평가되는 기업들이 서로 통째로 먹고 먹히는 치열한 인수합병의 무대 뒤편에 서서 목표기업설정에서 자금동원, 공격전략에 이르는 전과정을 조언하는 참모역할이 구전무의 일이다.
장기투자대상과 전략, 자금조달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고객기업에 제공하는 주된 업무의 하나다. 월가생활 10년째를 맞는 그가 겪은 고객 리스트에는 다이믈러 벤츠, K마트, 뉴욕 타임스, 매리어트등 세계굴지의 기업들 이름이 올라 있다.
92년 울픈슨사가 본격적으로 아시아지역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기 위해 설립한 울픈슨 인터내셔널의 일을 맡게 되면서 자연히 한국기업과의 접촉이 더욱 잦아지게 됐다. 그만큼 하고싶은 말도 많아졌다는 구전무는 대학재학중 재미과학자협회의 주선으로 한국의 모기업에서 파견근무를 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기업이 항공사업진출을 꿈꾸며 미국으로부터 수백만달러를 주고 도입했다는 제트엔진기술을 자랑스럽게 보여줬어요. 커다란 책장을 가득 메운 자료들이 실은 낡아빠진 50년대의 유물이었고 그나마 설계도면들만 달랑 있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한국기업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이같은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사석에서 만난 한국기업들의 이사급 임원들이 「말이 임원이지 책임지고 사업을 벌이고 자금을 집행할 힘이 없다」 「2년임기 임원이 5∼6년 걸리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진하겠느냐」 는 소리를 할 정도로 우리기업들은 비능률적이고 뒤처져 있다』는게 구전무의 진단이다. 그는 『모든것을 기업내부의 몇몇사람이 결정할게 아니라 알몸을 의사에게 드러내놓는 자세로 외부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땅이라는 믿음이 그를 월가에서 지탱 해주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게 분명하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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