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과 저지의 단순 전선으로 맞서 있는 여야는 격돌정국을 헤쳐나갈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있을까. 여야는 임시국회가 재소집된 폭풍전야의 상황변화를 맞아 이해득실 계산과 함께 정국주도권장악에 부심하고 있다.◎민자당의 돌파전략/「의장구출」 행동개시 본격준비
민자당이 김영삼대통령의 귀국전에 통합선거법 개정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은 갈수록 확고해지고 있다. 민주당의 기습적인 국회의장단 「가택억류」로 예정했던 스케줄에 다소 차질을 빚었지만 전체적 시나리오가 변경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야당의 무리수가 여권의 명분축적에 도움을 준 까닭에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자신감마저 드러내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야당의 강고한 방어벽을 깰 수 있는 묘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무위에 계류중인 법안을 의장직권으로 본회의에 회부한다든지, 경호권을 발동한다든지의 여러 방안이 「도상전술」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변칙처리를 매끈하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결정짓지 못한 상태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강경한 야당의 전열에 서서히 빈틈이 생기고 있다는 게 민자당의 판단이며 9일 임시국회가 재소집되면 야당도 무조건 실력저지라는 단일카드로만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야당의 태도에 변화가 없더라도 여야의 소모적 대치상태가 계속되면 여론은 양비론으로 흐르게 되고 그만큼 날치기등 변칙처리의 부담도 덜어진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민자당은 우선 황낙주의장등의 「구출작전」을 조만간 시도할 예정이며 대략 10일쯤을 D데이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억류·격리등의 위법적 수단으로 사회권을 봉쇄한 것에 대한 사법적 대응절차를 밟음으로써 민주당의 기를 꺾겠다는 복안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가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민자당은 여전히 확신을 못하고 있다. 쟁점이 정당공천 배제논란에서 강행―저지의 단순국면으로 압축된 것은 「기대했던」 상황변화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의 약진을 차기정권획득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이상 타협의 여지가 전면 차단돼 있고 격돌이후의 파장도 예측키 어렵다는게 민자당의 고민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민주당의 방어대책/봉쇄·농성계속 국회공전 전략
민주당은 9일 임시국회가 재소집됨에 따라 지구전 태세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우선 국회회기및 의사일정협의에 불응, 국회를 최대한 공전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민자당이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직권으로 회기등을 확정할 가능성에 대비, 의장단봉쇄를 국회폐회때까지 계속할 방침이다. 민자당의 강행처리 가능성이 남아있는 한 봉쇄와 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이와관련, 한 당직자는『여당이 날치기의사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같은 상태가 임시국회의 법정시한인 30일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국회파행이 장기화하더라도 야당의 강경대응보다는 집권당의 정치력 부재에 여론의 화살이 쏠릴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또 이 기간에 여당과의 공개토론, 신문광고, 당보배포등 적극적인 대국민홍보를 통해 기초선거 공천배제에 깔린 여당의 속셈을 까발린다는 계획이다.
지구전전략의 이면에는 민자당의 내부균열을 표면화시키겠다는 계산도 있다. 사안의 성격과 민자당내 상황전개과정을 볼 때 시간이 지날 수록 지도부와 소속위원, 민주계와 민정계 사이에 틈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김영삼대통령이 귀국하는 15일을 기점으로 사태가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소한 이때까지 날치기를 저지한다면 국회파행이라는 부담을 안은 김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이 경우 민주당의 뜻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날치기이후」에도 대비하고 있다. 첫번째는 정권퇴진운동을 포함한 강도높은 장외투쟁이고 두번째는 개정선거법을 무시한 후보공천이다. 신민당 및 자민련과의 연대투쟁과 연합공천도 이를위한 검토대상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여권의 무리수를 쟁점화하면서 사실상의 지자제선거운동에 돌입한다는 복안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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