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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규명” 새국면/영생교수사·처벌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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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규명” 새국면/영생교수사·처벌 어떻게 될까

입력
1995.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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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신도 수사에 새 국면/「살인」입증엔 시간 걸릴듯 영생교승리제단의 신도살해 암매장의혹은 7일 영생교 교주 조희성(63)씨의 과거 측근들이 이탈신도 소문종씨를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곳에서 소씨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발굴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유골이 소씨의 것인지는 유전자 감식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일단 범행을 자백한 사람들이 지목한 곳에서 유골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검찰은 소씨의 유골로 단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생교 이탈신도들이 끈질기게 주장해 온 20여명의 신도실종 의혹에 대한 전면수사가 불가피하게 됐으며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살해 암매장범행의 전모가 규명될 전망이다. 영생교의 신도살해 암매장 의혹은 지난해 영생교 교주 조희성씨의 비리혐의 수사를 전후해 피해자 가족등에 의해 끈질기게 제기됐다. 검찰에 의하면 영생교 신도가 폭행당하거나 실종됐다고 주장하는 가족들의 진정은 92년 8월부터 40여건에 이른다.

 서울지검 강력부가 지난해 1월 교주 조씨를 사기 횡령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밝혀내지 못했던 신도 살해암매장 의혹에 대한 수사를 재개한 것은 지난해말 영생교 전신도에게서 『신도였던 박삼룡(42)씨가 영생교도 실종사건에 깊이 관련됐다』는 제보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검찰은 그동안 박씨 주변을 내사한 끝에 4일 밤 박씨를 연행한데 이어 5일 밤 교주 조씨의 운전사였던 한승태(46)씨와 정광조(32)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검찰의 추궁에 『84년 10월 교단을 탈퇴하려는 소문종(당시 23세)씨를 「배교자 처단」 행동대장이던 지모(실종)씨의 지시에 따라 대전에서 납치, 경기 부천 승리제단 본부에 인계했고 지씨등 다른 신도 5명이 소씨를 폭행하다 3일뒤 숨지자 경기 용인군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7일 발견된 유골이 소씨의 것인지를 확인하기는 간단하지 않다. 검찰은 유전자 감식과 컴퓨터로 두개골의 얼굴형상을 복원하는 「슈퍼임포즈」기법으로 동일인 여부를 규명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감식은 다른 사람인지를 확인하는데는 효과가 크지만 동일인여부를 밝히는데는 증거력이 부족하며 「슈퍼임포즈」기법도 마찬가지다.

 유골이 발견돼 소씨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도 누구를 범인으로 처벌할 것인지가 애매한 상황이다. 검거된 한씨등은 『납치 암매장에만 가담했을뿐 폭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납치 암매장 범행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 이들이 폭행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면 역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검찰 수사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과연 관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살해암매장 의혹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승일·고재학 기자>

◎유골발굴 현장 표정/허리ㄴ자 꺾이고 주변 밧줄더미/치아·갈비뼈 등 원형 그대로 남아

 소씨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견되자 작업을 지켜보던 동네 주민들은 『세상에 저렇게 잔인한 범죄가 있나』라며 혀를 찼다. 유골은 하오6시10분께 두개골이 먼저 발견된 뒤 갈비뼈 다리뼈 골반뼈등이 차례로 발굴됐다. 유골은 허리부분이 「ㄴ」자로 꺾인 상태였다. 유골 주위에서는 시신을 묶었던 것으로 보이는 밧줄더미도 발견됐다.

 ○…유골은 두개골에 치아가 그대로 남아 있고 갈비뼈등이 모두 원형대로 발견돼 검찰은 신원 확인이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밤샘수사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채 상오6시께부터 발굴작업을 지휘한 서울지검 강력부 김홍일(김홍일) 이경재(이경재)검사는 상오중 유골이 나오지 않자 하오2시께 공범 한승태(한승태·46)씨까지 데려와 정확한 매장지점을 추궁했다.

 ○…발굴작업이 한창이던 하오4시께에는 쓰레기하치장 중간부분에서 뼈가 대량 발굴돼 검찰관계자 보도진 마을주민등 1백여명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으나 몇해전 콜레라로 몰살한 돼지들의 뼈로 밝혀졌다.

 삽 크기가 80㎝인 소형 굴삭기 1대로는 능률이 오르지 않자 검찰은 용인군에 대형 굴삭기를 긴급요청, 2대를 추가로 투입했다.

 ○…하오2시께에는 단군신을 모시며 주민들의 과거사등을 잘 맞추기로 소문난 마을주민 우재업(42·용인군 구성면 어적리)씨가 나와 작업현장 서편 구석부분에 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는데, 이 지점은 유골이 발견된 곳에서 불과 2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우씨의 말이 맞아떨어지자 주민들은 『소씨의 원혼이 우씨를 부른 것 같다』며 신기해 했다.<용인=현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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