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하면 생각나는 몇가지 말이 있다. 그중 하나가 『영어 단어의 철자가 틀리면 창피해 하면서도 한글 맞춤법이 틀리면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두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한글보다 영어에 얼마나 더 신경을 쓰는지를 나타낸 얘기이다. 또 하나는, 그렇게 열심인데도 『중고교와 대학을 합해 10년이 지나도록 영어는 벙어리』라는 말이다. 우리 영어 교육이 독해와 문법에 치중하는등 어딘가 잘못됐다고 지적할 때 나오는 얘기이다. 그런 반성에서 얼마전부터는 학교에서 듣기와 말하기 등 생활회화에 신경을 쓴 때문인 듯 「영어 벙어리」대학 졸업생이라는 말은 과거보다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정부는 이제 더 나아가 영어 조기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오는 97년부터는 국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 과정에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 주 2시간씩 가르친다는 것이다.
정보전쟁 시대라는 지금, 세계 컴퓨터 7억대속에 들어 있는 정보의 80%가 영어로 돼 있다고 한다. 그외에 무슨 무슨 통계나 예를 더 들지 않더라도 영어는 세계에서 첫번째의 공용어이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영어 구사능력은 생존전략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여전히 토플점수가 전세계 국가중 바닥이라면 뇌의 언어기능이 굳어지기 전에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은 당연하다. 정부의 영어 조기교육방침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결정이다.
미국의 한 교수가 최근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보고서도 이상적인 외국어 습득 연령은 8∼12세라고 밝힌 것을 보았다. 우리 나이로 치면 바로 국교 3학년부터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히려 더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의 열성도 대단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8세 이전에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를 잊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 밝히고 있다.
물론 미국땅에 사는 한인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가지고 자기 나라땅에 사는 우리 어린이도 8세 이전에 영어를 배우면 제나라 말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사회 전체가 우리말의 「존재가치」를 잊어버리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영어 조기교육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우리말은 조금 틀려도 괜찮지만, 영어를 틀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어린이들 머리속에 슬며시 자리잡도록 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