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매현상… 통화당국 “백기”/G7 비상대책회의 모색/기축통화위상 흔들… 일선 “산업계획 재편” 세계기축통화인 달러화가 끝없이 추락, 국제통화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달러화는 미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전후통화체제에서 미국의 쇠퇴와 독일·일본의 부흥, 유럽의 통화단일화 추진, 거대한 핫머니(단기성 이동자금)존재 등으로 기축통화의 자리를 내놓아야 할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달러화의 약세장에서 터져나온 멕시코 페소화의 폭락, 유럽 일부통화의 약세, 베어링스 파산 등 대형악재로 세계 외환시장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달러화는 6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2엔대로 폭락했다. 달러화는 개장직후 지난주말 뉴욕시장이 기록된 전후최저치 달러당 93.70엔으로 힘없이 밀리더니 급기야 한때 92.70엔으로 떨어졌다.
일본을 비롯, 미국과 유럽의 통화당국이 지난 주말부터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으나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바람에 달러폭락―엔화급등 흐름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는 현재 엔화에 대해서뿐 아니라 독일 마르크화등 각국 통화에 대해서도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달러화 약세, 엔·마르크화의 강세로 대변되는 세계외환시장의 움직임은 독일과 일본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미국은 인플레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의 연석회의가 긴급 소집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도쿄 외환딜러들은 달러화가 지난주보다 무려 2.7엔이 낮은 달러당 93.20엔으로 거래가 시작된뒤 92.70엔으로 추락하자 탄성을 터뜨리며 엔화매수주문을 계속했다. 이에따라 일본은행은 상오부터 달러화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며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 93.46엔까지 회복시켰다.
금융전문가들은 미일재무장관이 시장 안정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에도 달러하락 엔화상승이 지속되는데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미국이 달러화의 추락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 엔고의 한 원인』이라며 미통화당국의 소극적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총리는 이날 상오 달러화가 92엔대로 떨어지자 『현재 일본은 물론 G7이 협조해 현사태에 대처하고 있다』며 국제공조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가라시고조(오십람광삼)관방장관은 시장 개입효과에 대해 『이번주 시장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일단 관망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본의 산업계는 대부분 달러당 98∼1백엔대에 설정, 95년 사업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져 가파른 엔고현상으로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엔고가 시작된 2년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호텔및 관광업계는 격한 엔고를 엄청난 타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춘투에 들어간 일본의 수출기업의 노조들은 엔화상승으로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사태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이다.<도쿄=이창민 특파원>도쿄=이창민>
◎유럽환율체계도 비상/EU 중앙은행 시장개입 노력불구/스페인·포르투갈통화 하한선 붕괴
달러화 폭락―엔화 급등에 따른 국제외환시장의 혼란으로 미국과 일본만 비상이 걸린 것은 아니다. 유럽국가들도 유럽환율체계(ERM)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일요일인 5일 밤 EU 통화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 2주째 곤두박질치고 있는 스페인 페세타화와 포르투갈 에스쿠도화를 각각 7%, 3.5%씩 평가절하했다. 페세타는 이번이 네번째, 에스쿠도는 세번째 평가절하다.
페세타화는 지난 3일 스페인 통화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ERM이 허용하고 있는 대마르크 환율 하한선인 91.91페세타보다 12%이상 더 낮은 88.33페세타까지 떨어졌다. 스페인 중앙은행이 추락하는 페세타를 끌어올리기 위해 페세타를 매입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다음 수순은 EU통화위원회의 개입이었다. EU는 금세기 말까지 유럽단일통화를 도입한다는 목표 아래 과도적으로 ERM체계를 도입, EU 각국 통화의 환율 변동폭을 제한하되 이 체제를 유지하지 못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하게 돼 있다. 그것도 실패하자 EU는 마지막 수단으로 약세통화인 페세타와 에스쿠도를 평가절하, ERM체계를 유지하면서 통화위기를 해소하려는 안간힘인 셈이다.
그러나 ERM은 이미 92년 절름발이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당시 영국이 파운드화 폭락을 막는 마지막 수단인 평가절하 조치를 거부하고 ERM체계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EU측은 93년 환율변동폭을 상하 2.5%에서 15%로 확대하는 극약처방을 취했다.
이번 페세타화 평가절하조치의 효과는 아직 의문스럽다. 스페인 경제와 정치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페세타와 에스쿠도가 외환시장의 압력에 견디다 못해 ERM을 탈퇴할 것이라는 분석은 이 때문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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