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권이 자신의 목표관철을 위한 방법을 고안해 내는 능력은 여야공히 천부적이라할 만큼 뛰어난 데가 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기초선거 공천배제를 위한 선거법개정문제만 봐도 여야의 이같은 자질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여당의 경우, 선거법개정안을 만드는데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십분 발휘했다. 법개정논의를 시작한지 불과 3∼4일여만에 그 복잡한 통합선거법의 개정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평소 대부분의 입법을 행정부에 의지해온 집권당의 「관행」이 무색할 정도이다.
법개정안이 나오고 즉시 법개정의 당위성과 논리를 제시하고 막대한 물량의 홍보자료를 생산해 낸 여당의 잠재능력도 대단했다. 이번 홍보자료를 보면 불과 1년여전 기초공천을 허용했던 여당의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충분히 알게 된다.
여당측의 의도를 좌절시키기 위한 야당의 저지계획은 아예 법도, 상식도 포기한 「막가는」 수준이어서 더욱 가관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집에 붙들어놓고 여당소속 내무위원장과 간사를 지방으로 데리고 간 야당의 행태는 마치 과거 군사정부의 정치탄압을 연상시킨다. 「온고지신」치곤 꽤 고약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 법은 뒷전으로 미룬 야당의 배포는 가히 헤비급이다.
야당의 행위를 일반인이 저질렀다면 반드시 법적으로 주거침입, 감금, 체포·감금죄여부가 문제됐을 것이다. 야당의 의장단견제가 며칠전부터 예견된 점에 비춰 야당측에 타격을 주기위한 여당측의 「유인」의 냄새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야당이 여기에 말려들었다면 야당의 판단력에 관한 논란이 생길수 있고, 이를 알고도 감행했다면 정치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국회안에 원외위원장과 의원보좌관들까지 저지조로 동원한 야당의 결정에 대해서도 국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망각한 단견이라는 비판이 높다.
여야 모두 「정당한 절차(DUE PROCESS)」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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