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11∼2월 특수 사라진채 긴불황 기미/20여사 정리설속 신간출고 포기 잇달아/일부선 “물량위주 거품현상 퇴조” 분석 책이 잘 안 나온다. 봄이 왔지만 출판계는 봄이 아니다. 90년대 들어 3백만부 베스트셀러시대를 열며 급성장가도를 달려온 국내 출판계가 올해에는 연초부터 발행종수와 부수가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집계한 1월 출판통계에 의하면 1월의 발행도서는 2천2백44종, 발행부수는 1천1백29만2천20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발행종수는 25.8%, 발행부수는 18.4% 줄어들었다.
이같은 감소추세는 서울시내 대형 서점의 신간반입현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영풍문고는 지난해와 대비, 발행부수는 조금 늘었으나 종수는 10%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신촌문고의 경우도 지난해에 비해 종수가 8%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출판사는 학생들의 방학기간인 11∼2월 「겨울시장」을 노리고 기획했던 신간의 출고를 포기하거나 시기를 늦추고 있다. 아동물시리즈를 기획했던 H출판사는 최근 출간을 포기했고 P출판사는 겨울시장을 겨냥한 단행물기획 자체를 중단했다. 연중 최대의 성수기로 꼽히는 겨울시장의 위축에 대해 한 출판사의 편집간부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겨울시장에 대비한 「전략상품」을 내놓지 않았다』며 『겨울시장이 무너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부도가 났던 M출판사와 경영주가 바뀐 C, S출판사에 이어 올해초 20여개에 이르는 출판사가 은밀히 회사정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지난해에 이어 불황이 더욱 심화될 것을 예고하는 징조로 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기획사업부 고흥식 차장은 『연초에 발행부수가 줄어드는 일은 있었지만 올해처럼 20% 가까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며 『대대적인 출판시장변동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들어 갑작스럽게 출판계가 위축된 원인으로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기불황 ▲전국적으로 6천여개로 늘어난 도서대여점 ▲케이블TV 개국등 영상매체의 영향 ▲도서정가제 도입파문등이 꼽힌다. 최근 덕산그룹 부도사태의 여파로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은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팽배해 있던 「물량위주의 한탕주의」가 사라지는 지표로 풀이한다. 베스트셀러만을 노려 마구 책을 찍어내던 「거품현상」이 시장 자체의 논리에 의해 퇴조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예출판사 전병석 사장은 『출판계 스스로 독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기획을 거쳐 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아직도 취약한 출판업계를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도 시급하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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