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성애극… 노출에 자극적 대사도 연극이 다시 벗고 있다. 단순히 벗는 연극에서 「성애 연극」으로 번져가고 있다. 눈요깃거리로서의 노출차원을 넘어 성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학로 연단소극장에서 지난 1일 막을 올린 「포르노도 좋아하세요?」(극단 상업주의)는 개막 이틀만인 2일 낮공연 후 공연을 일시중단했다. 포르노라는 제목과 나체의 여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포스터등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구청측이 공연신고를 접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로구청은 3일 청문절차를 거쳐 시연회를 갖고 외설적인 부분의 수정을 요구했고 극단측은 제목과 포스터를 고치기로 했다.
연극의 줄거리는 남성의 성기능장애를 회복시키려는 남녀간의 실랑이. 『강간당해 본 적 있나요?』 『슈퍼맨으로 만들어 줄게』등 자극적인 대사가 이어지며 약 30초간의 여과없는 샤워장면이 두 번 반복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1일부터 2월2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공연된 「마지막 시도」의 극중 상황도 비슷하다. 공연시간 대부분을 속옷차림으로 연기하는 여배우는 마지막 1분동안 전라로 반투명의 막 뒤에서 성행위를 나타내는 춤을 춘다. 이 연극은 4∼5일에는 수원에서 공연됐으며 송탄 안양 의정부등 16곳을 5월까지 순회할 예정이어서 성애연극이 지방으로까지 확산돼가는 양상이다.
관객들은 여배우가 뒤돌아 서서 옷을 하나씩 벗는 장면에서 목을 빼고 보느라 어수선하다. 부인과 동행한 30대 직장인은 『휴일에 대학로에 왔다가 포스터를 보고 들어왔다. 재미는 없었으나 원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별로 야하지 않다』고 식상해 하는 젊은이도 있다.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관객은 계속 몰리고 있다. 넉달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된 「마지막 시도」는 「모래시계」의 열풍에도 끄떡없이 만원을 기록, 5만여명을 동원했다. 1백명이 앉을 수 있는 객석에는 외투를 벗고 끼어 앉은 관객들이 무대까지 넘쳐나고 통로에까지 서서 1회에 1백70여명이 관람을 해왔다. 「포르노…」의 진행자측은 관객들을 여유있게 앉히는 대신 휴일에는 5천원이 비싼 2만원에 4회공연을 했다.
「마지막 시도」의 연출자 강철웅은 『코미디를 통해 수치심없이 성에 접근, 성문제의 이해를 도우려 했다. 벗기는 데만 급급한 연극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 시도」에 출연했었고 「포르노…」의 각색·주연을 한 김재훈 역시 『반복되는 불륜을 통해 남자의 본능을 그렸다』고 이야기한다. 여자주연 이신화는 『작품에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한다. 나체연극 「미란다」의 연출자가 불구속기소된 상황이지만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이 만든 「마지막 시도」의 포스터에는 「외설인가 예술인가?」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노출시간만 보면 「미란다」보다 덜하지만 성에 관련된 비어, 야한 농담은 훨씬 노골적이다. 선정적인 연극을 규제할 장치는 여전히 미약하고 매표구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면 관객들의 선별력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체연극은 점차 성애연극으로 발전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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