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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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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사설)

입력
1995.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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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금융공황의 우려가 나올만큼 국제금융시장이 심상찮은 불안기류에 휘말려들고 있다. 지난주말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환율이 2차대전후 사상 최저치인 94.05엔으로 마감됐고 이번주 들어서도 최저치 경신이 거듭되리라는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 태환화폐로 또 기축통화로 자리를 지켜온 달러로서는 50여년만에 처음, 금세기들어 처음으로 맞는 지위상실의 위기이고 이변이다. 중심통화의 침몰적 상황을 시발로 연쇄충돌을 일으키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세계금융시장의 불안 역시 세기적 상황이라고 할만큼 위태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본의 미국내 자금회수 ▲달러화 방어에 대한 미온적인 미국의 태도 및 금리하락 전망 ▲멕시코 페소화의 계속적인 폭락 및 경제위기 ▲영국 베어링사 파산에 따른 국제금융 불안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신인도 상실 및 세이프 헤이번(안전한 피난처)으로 새로 등장한 마르크 엔의 신인도 강화등 여러가지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세기적 위기상황의 결정적 이유로 내세울만한 것은 없다.

 이번 사태의 특징은 첫째 잡다한 여러 근거가 없지 않지만 뚜렷하고도 중심적인 큰 이유는 없다는 점,둘째 돌출해 나온 한가지 상황이 연속적 충돌을 일으키면서 전세계에 걸쳐 복잡한 연쇄적 파급현상을 일으킨다는 점,셋째 세계 어느 나라도 영향권 밖으로 벗어날 수 있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점등이다.

 제대로 된 온전한 준비도 채 갖추지 못한채 세계를 향해 금융시장의 문을 활짝 열고 급속하게 외환자유화를 추진해나가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제부터 예기할 수 없는 국제금융 위기에 이렇다할 준비없이 항상 노출된다는 점에서 실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할 대목은 국제금융시장에 떠돌고 있는 거대한 핫머니(투기성 단기부동자금)의 존재다. 안전성에 극도로 민감하고 수익성에도 예민한 거대한 부동자금이 국경없이 떠돌아다니며 이탈리아 리라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폭락, 멕시코 페소화의 위기등 세계 어디서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를 건전하게 잘 꾸려나가고 있다하더라도 이런 거대한 핫머니가 옮겨붙으면 언제 멕시코 같은 위기를 당할지 알 수 없다. 핫머니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각국 중앙은행들간의 협력,헷지 펀드(단기투기자금)에 대한 각국의 규제강화등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인 공조체제의 구축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우선 당장 엔고대책이 화급할 것이나 그 못지않게 국제금융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금융시장 내부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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