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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순이와 꽃돌이(장명수칼럼: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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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순이와 꽃돌이(장명수칼럼:1788)

입력
1995.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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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순이와 갑돌이는 한마을에 살았대요/ 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그러나 둘이는 마음뿐이래요/겉으로는 모르는척 했더래요/…그러다가 갑순이는 시집을 갔더래요/시집간 날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대요/갑순이 마음은 갑돌이뿐이래요/겉으로는 안그런척 했더래요/ …갑돌이도 화가 나서 장가를 갔더래요/장가간 날 첫날밤에 달보고 울었대요/갑돌이 마음은 갑순이뿐이래요/겉으로는 고까짓것 했더래요> 「갑순이와 갑돌이」는 우리가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중의 하나다. 여러명이 놀다가 합창이 시작되면 으레 그 노래가 따라 나온다. 그 노래는 어느덧 조부모,부모세대에 이어 젊은이,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즐겨 불리고 있다.

 사람들은 노래하며 미소짓는다. 한마을에서 자라며 서로 좋아했지만,안그런척 하다가 헤어져 버린 갑순이와 갑돌이,시집가고 장가간 첫날밤에 달을 보며 울었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러나 노래부르며 미소짓는 마음은 각 세대에 따라 다르다.

 사랑을 고백 못해 헤어진 갑순이와 갑돌이의 비련이 남의 일 같지 않은 나이든 세대는 달을 보며 울었다는 구절을 부를때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중간세대는 노래를 부를 때의 기분에 따라 가사가 재미있기도 하고,약간 가슴 아리기도 하다. 젊은이들에게 그 가사는 흔한 옛날얘기일 뿐이다.

 고등학교나 대학졸업식에 꽃을 들고 축하해주러 오는 이성친구에 대한 생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의 졸업식에 가서 같이 찍는 사진은 「결혼할 사이」임을 말해주는 증명사진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 생각은 그렇지 않다. 졸업식에 꽃을 들고 축하해주러 오는 이성친구를 그들은 「꽃순이」 「꽃돌이」라고 부르는데,그 호칭에서 벌써 장난기가 풍긴다. 꽃순이,꽃돌이가 복수로 참석하여 같이 사진을 찍는 유능한 젊은이들도 있다. 너무나 무능하여 주변의 동정을 받다가 친구들이 파견한 꽃순이,꽃돌이를 맞는 사람도 있다. 많은 이성친구들중의 하나가 자원봉사자로 졸업식에 꽃을 들고 가기도 한다.

 그러니 자녀의 졸업식에 꽃을 든 이성친구가 왔다고 해서 며느리감 사위감이 생겼구나 긴장하는 부모는 순진한 부모다. 『결혼할거니?』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대답은 『몰라요』다. 군대도 가야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결혼하려면 아직 멀었는데,지금 서로 좋아한다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지만 좀 삭막하게 들린다. 갑순이와 갑돌이의 시대가 가고,꽃순이와 꽃돌이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사랑에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고,사랑에 빠지는 일은 결코 후진 일이 아님을 그들도 인정하게 될까. 물론 그날이 올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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