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그룹 등 계열사수론 5대재벌급/공정법·여신관리 영향안받아/감시·감독 필요성제기… “시대역행” 반론도「준재벌」은 규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인가.
덕산그룹부도에 따른 경제적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준재벌」의 감시·감독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선 『30대재벌 규제도 완화되는 추세에 새 규제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에선 『국민경제적 파급영향을 감안할때 준재벌이라도 문어발식 확장엔 어떤 형태로든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3일 관계당국에 의하면 덕산그룹의 계열사수는 덕산 28개, 고려시멘트 9개 등 무려 37개로 계열사수나 진출업종면에선 사실상 30대 재벌에 못지 않다. 자산이나 매출액은 보잘것 없어도 계열사수만 보면 5대재벌에 속하는 대우(24개) 선경(33개)보다도 많은 전형적인 준재벌인 셈이다. 작년말 부도를 낸 효산그룹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부풀려진 겉모습에도 불구, 준재벌은 문어발확장의 규제수단인 공정거래법과 여신관리제도의 관할권역에서 벗어나 있고 이 덕분에 짧은 시일안에 「재계의 총아」「신흥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정부의 규제대상 30대 재벌은 자산·여신규모순위에 따라 지정되므로 덕산처럼 자산규모가 작은 준재벌은 ▲계열사간 상호출자금지 ▲지급보증제한 ▲부당내부거래금지 ▲주거래은행감시 등 공정법 및 여신관리제도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현재 고려시멘트의 덕산그룹에 대한 채무보증규모는 무려 2천억원이 넘고 그룹 총여신은 7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주거래은행이 없는 허점을 이용, 이미 도산경보가 들어온 후에도 마구 돈을 끌어다 신규사업을 벌였다. 만약 공정법의 출자·지급보증규제를 받았다면, 여신관리규정상 주거래은행감시를 받았다면 이같은 무차별적인 영토확장은 불가능했고 결국 도산에 의한 경제적 파문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신규제가 폐지되고 공정법도 점차 간접규제형태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새 규제장치를 만든다는 것은 대세(규제완화)에 역행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또 기업활동에 대한 새 규제의 부과보다는 은행의 엄격한 신용관리로 사고를 사전예방하고 정부도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란 명분하에 부실기업을 구제해주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한관계자는 『덕산부도사태는 무섭게 성장해온 「준재벌」을 보는 시각에서 기업자신은 물론 정부, 금융계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