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카니발」등/14∼19세기 걸작63점/독 “검증무시” 발끈/반환 강력요구 마찰【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모스크바의 푸슈킨박물관이 전격적으로 제2차세계대전중 나치독일에서 빼앗은 전리예술품중 일부를 공개, 러시아와 독일이 문화재 반환여부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푸슈킨박물관이 지난달 27일 「2차례의 구원」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통해 공개한 전리예술품은 모두 63점. 엘 그레코의 「성세례 요한」 르누아르의 「새를 보는 젊은 여인」 고야의 「카니발」등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이 14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유럽 저명 화가들의 걸작들인데 이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전체 전리예술품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는 당초 이달중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지박물관에서 전리예술품들을 공개전시키로 하고 독일관계자들의 참여하에 전시회준비를 하고 있었다.
푸슈킨박물관도 올 가을께 역시 독일관계자들의 검증과 확인등의 작업을 거쳐 전리예술품들을 공개키로 했었다. 따라서 푸슈킨박물관의 돌연한 태도변화는 에르미타지박물관의 전시회로 싹틀지 모를 문화재반환 움직임을 사전에 막기 위한 러시아측의 포석이라고 독일측은 주장하고 있다.
푸슈킨박물관은 이 전시회 개최 일주일전에 독일측에 통보한 공개기자회견 자리에도 주러시아 독일대사와 공보관등 2명만을 초청하는등 독일이 미술품들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사전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또 이번 전시회의 제목도 「2차례의 구원」이라고 붙여 독일측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제목의 의미는 구소련이 제2차세계대전중 파괴될뻔한 독일의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호했으며 또 그동안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시켜 보관하는등 잘 관리했다는 뜻이라고 이리나 안토노바푸슈킨박물관장이 밝혔다. 독일측은 전쟁중 보호라는 말은 빼앗은 행위를 미화하는 수사에 불과하며 예술품을 복원하려면 원소유자를 참여시켜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완전 무시했기 때문에 원상복원여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독일측은 푸슈킨 박물관의 「계산된」 전시회에 크게 반발, 전리예술품들의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토노바관장은 『이미 60년대에 푸슈킨이 소장한 2백71점의 예술품을 포함, 3백54점의 예술품을 동독에 반환한 바 있다』고 강조해 반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푸슈킨박물관은 오는 9월과 내년 1월중에 미공개 전리예술품 전시회를 몇차례 가질 예정이며 해외전시회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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