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주가 등 변수계산 선물거래/순간의 선택에 수백만달러 좌우/지구촌상대 힘겨운 정보 싸움에 거의가 20대 『28세의 한 젊은이가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든 것이 놀랍지만 충분히 그럴수 있는게 파생금융상품(DERIVATIVES) 거래세계이다』 뉴욕의 한 금융전문가는 영국 베어링은행 도산을 초래한 파생금융의 위험도가 얼마나 높은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금융기법에 관한 한 세계첨단을 걷는 뉴욕의 월가에서는 파생상품 거래가 낳는 성공과 실패가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된다. 단숨에 수백만달러를 벌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한순간에 수백만달러를 날릴 수도 있다.
지난해 이래 뉴욕 월가에서 「대형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만 해도 5건이나 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케미컬은행이 한 외환딜러 때문에 7천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그는 멕시코 페소화 폭락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자 이를 위장하기 위해 유령거래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파생금융상품은 컴퓨터시대의 신상품이다. 정보파악에서부터 계약결정, 결제까지 거래과정이 모두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컴퓨터금융의 또다른 중요한 특성은 자본시장의 세계화로 인해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수십억달러가 왔다갔다하지만 「실체가 없는 거래」다.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가장 기본적인 회계자료인 대차대조표 상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개 거래액수의 10%정도에 해당하는 계약금만 오고 간다. 주식과 채권 등이 엄청난 규모로 거래되지만 실제 매입이 아닌 계약상태이기 때문에 기존의 회계방식으로는 파악되지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훨씬 적은 자본으로 훨씬 빨리 거래가 이뤄진다. 파생금융상품의 개발에는 고도의 수학계산이 수반된다. 지난해 월 가에서는 한국의 외환시세가 상품화한 적이 있었다. 원화의 대미환율이 일정시점에서 오르거나 내리는 경우, 혹은 변동되지 않을 경우를 예측해 이를 조건으로 주식이나 외환, 채권을 사고 파는 것이었다. 이같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국외환시장의 역사에서부터 추이,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정치적·경제적 변수들을 계량화하는 첨단 컴퓨터작업이 요구된다.
파생금융상품은 환율뿐만 아니라 금리 주가 등을 매개로 미래의 가치를 상정한 선물거래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거래형태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극단적으로 일정시점에서 북한의 원화가치를 조건으로 주식이나 채권이 월 스트리트에서 거래될 수도 있다. 조건에 대한 합의와 계약이 가능하다면 어떤 거래도 성사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파생금융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장외계약이 얼마든지 성행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감시·감독장치도 속수무책이라는 것.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시장상황에 대한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분석·판단해야하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두뇌작업이다. 금융딜러들이 대부분 20대의 젊은 나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하루는 늦어도 아침7시부터 시작된다. 세계시장이 무대인 만큼 일본 홍콩 등 지구반대편의 상황도 파악해야 한다. 점심식사도 컴퓨터앞에서 햄버거로 때우는 게 보통이다. 이들에게는 고정급 외에 수익에 따라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된다. 성과급은 묻지도 않고 밝히지도 않는 게 불문율이다. 수석딜러의 경우 하루에 수천만달러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재량이 주어진다.
딜러들이 젊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생금융의 문제점을 강력히 지적한 한 신문은 『금융딜러들은 「금융 닌텐도」게임에 익숙한 신세대』라고 꼬집기도 했다. 파생상품의 거래사고 일선 딜러들을 감독하는 간부들이 컴퓨터거래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파생금융상품의 거래사고는 금융테크놀로지 발달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총재는 최근 『베어링은행 파산과 같은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안성맞춤인 첨단테크닉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감독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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