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우호관계·경제협력강화 디딤돌/미테랑,EU 의장국 정상자격 공동성명 김영삼 대통령의 유럽순방에서 첫번째 순서인 프랑스방문은 무엇보다 우리의 대 EU(유럽연합)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2일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도 양국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키로 합의했다는 성과도 있지만 EU의장국 자격으로서의 미테랑 대통령과 「대한민국과 유럽연합의장국간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는 것에 더 눈길이 쏠린다.
WTO(세계무역기구)의 출범 등 급변하는 국제경제질서 속에서 수출의 한계점에 다다른 우리로서는 사실 EU가 좋은 해외시장이 될 수 있다. 올해로 15개 회원국이 되면 명실상부한 세계제일의 단일경제공동체가 되는 EU와 경제 및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협력관계를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게 김 대통령의 인식이다. 때문에 이날의 공동성명은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제반분야에서의 한·EU간 실질협력관계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물론 전통적 우호관계를 갖고 있는 양국의 외교적 인식이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제문제에서 일치했다. 우선 우리에게 중요한 북한핵문제에 있어서 양국정상은 제네바합의의 철저한 이행이 필수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는 한편 프랑스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적절한 방식으로 참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키로 했다. 그러나 의제가 경제분야로 넘어가면서 정상회담은 마치 비즈니스맨의 협상을 방불케 했다. 먼저 김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항목은 ▲프랑스의 비관세장벽 완화 및 EU차원에서 시행되는 반덤핑규제조치의 신중한 운영 ▲프랑스기업의 한국진출확대 ▲TGV기술이전 등 과학기술협력증진 ▲서울―파리간 항공편 증회 ▲주불주재원 사회보장세면제협정추진 등이다. 반면 미테랑 대통령은 ▲수도권 신공항철도건설사업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의 건설참여 ▲프랑스 항공기업의 한중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사업 참여 ▲금융시장개방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대를 모았던 외규장각도서반환문제가 별다른 진척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김 대통령은 『외규장각도서의 교환대여를 위한 협정본문 교섭이 완료단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환대상도서 선정을 위한 실무협의가 늦어지고 있다』며 프랑스 내각에 대한 미테랑 대통령의 독려를 특별히 당부했다. 미테랑 대통령도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기는 했지만 임기를 불과 두달여 남겨둔 그의 말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파리=신재민 기자>파리=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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