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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사(장명수 칼럼: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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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사(장명수 칼럼:1787)

입력
199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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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은 학력제한과 성차별 철폐, 능력급 연봉제 시행등을 골자로 하는 신인사제도를 마련, 올하반기 공채때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의 새 인사제도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오래 유지해 온 인사의 틀을 근본적으로 흔들면서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공채는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것이었다. 대기업들은 「일류대학을 졸업한 남자」에 대한 집착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비일류대학 출신들은 입사원서를 얻지 못하여 시험조차 치를 수 없었다. 지방대학 교수들은 입사원서를 얻으려고 서울에 올라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면서 『대기업들이 이럴 수 있느냐. 지방에 물건은 팔면서 왜 지방대학에는 입사원서도 안주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여자는 일류대 출신일지라도 환영받지 못한다. 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자격으로 시험을 치를 수 없고, 남자와 같은 부문에서 일하면서 간부사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잡기 어렵다. 대기업들이 대졸 여성사원을 별도의 공채로 뽑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전부터인데, 그렇게 선발된 여성들은 제한된 분야에서만 일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여성임원이 탄생했다는 것은 큰 뉴스지만, 여성임원을 가진 대기업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우리는 무한경쟁시대라는 말이 너무나 실감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학벌위주로 사람을 뽑아 연공서열로 승진하고 봉급이 오르는 경직된 인사관리로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학벌위주 인사에는 관계·정계의 동문들을 찾아 파고드는 무시못할 부차적 강점이 있었으나, 이제 그런 한국적인 상황의 중요성은 세계와의 경쟁이라는 명제앞에 빛을 잃고 있다.

 인구지도를 펴놓고 생각할 때 「일류대 출신 남자」라는 극히 제한된 인구만을 상대로 인재를 발탁하는 제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인구의 반인 여자, 대학을 안나온 사람, 일류대학을 안나온 사람등을 원천적으로 제외시키는 인력관리에서 창의와 능력이 꽃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구지도의 많은 부분들이 편견과 차별로 억눌려 있는 상황이야말로 가장 비인도적이고, 가장 비세계적인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다고 불평해 왔는데, 스스로를 얽매었던 고정관념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입학에서의 과열경쟁은 정상적인 교육을 억누르고, 시험 잘 치는 기술과 진정한 학업능력을 혼동케 했다. 이런 풍토에서 대기업들은 맹목적인 일류대 선호로 입시지옥을 부채질했을 뿐 아니라 자기발전에도 한계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삼성의 새 인사제도는 「열린 인사제도」로 불리고 있는데,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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