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경쟁치열… 아이디어로 승부/경쟁력 제고위해 AS망 전국 확대 『김치냉장고로 일본의 가전제품시장에 도전한다』
일본은 전자제품의 천국이다. 특히 가전제품의 경우에는 세계일류 메이커들이 한자리에 다 모여 있어 신제품 경쟁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치열하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일본의 가전시장은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보장되는 두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경쟁에서 처지면 살아 남을 수 없는 냉정한 생존법칙이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LG그룹의 일본현지법인인 「골드스타 저팬」이 최근 김장독과 쌀통 겸용 냉장고라는 아이디어상품을 이같은 일본 가전시장에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는 올해부터 시작됐지만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중간도매상들의 문의와 주문상담이 줄을 이었다.
일본말로 「싱코토 고메조(김치와 쌀통)」라고 불리는 이 상품은 구조와 기능이 일반 냉장고와는 전혀 다르다. 크기가 일반 냉장고보다 조금 작은 대신 냉장실을 김치보관실과 쌀통 전용공간으로 만들어 놓아 일본 가전제품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에는 각양 각색의 냉장고가 다 생산되고 있지만 「싱코토 고메조」같은 상품이 판매되기는 처음이다. 특히 「싱코토 고메조」는 최근 일본인들이 김치를 즐겨 먹기 시작했다는 점에 착안한 기획상품이어서 일본 가전시장에 수출된 다른 전자제품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 회사의 가네코 히토시(김자균) 부장은 『이제 일본도 값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잘 팔리던 시기는 지났으므로 일본인이 좋아하는 히트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싱코토 고메조」는 히트상품이 될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골드스타 저팬측은 이미 지난해 봄부터 시장조사를 하는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김장독과 쌀통을 결합한 신제품이 김치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 있었지만 일본 가전제품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쉽게 안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LG전자 본사와의 1단계 공동기획작업이 마무리된 직후부터 계층별 인터뷰, 현장방문조사등을 실시해 결과를 분석했다.
시장성을 분석한 결과는 당초 기획단계에서 전망했던 대로 낙관적인 것이었다. 김치와 쌀에 대한 수요로 볼 때 김장독과 쌀통을 겸한 신형 냉장고는 일본 가전제품 메이커들과의 차별성을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이 될만했다.
LG측이 지난해 11월7일 도쿄돔에서 가진 신제품발표회에서 일본언론에 배포한 자체 시장자료에 의하면 「김치를 좋아한다」(74.2%)가 「김치를 싫어한다」(25.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치가 생각보다 빨리 일본사회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쌀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일본가정에서 한번에 10㎏안팎을 구입하지만 보관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골드스타 저팬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애프터서비스망도 일본 전국으로 확대했다. 골드스타 저팬은 80년대말까지만 해도 일본현지의 서비스업체를 이용했지만 90년이후에는 일본 어디에서나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독자적인 서비스망을 구성해 놓고 있다.<도쿄=장현규 기자>도쿄=장현규>
◎최인철 법인장/“고객만족이 성공의 열쇠/끊임없는 제품차별화 중요”/한번 「저품질」 낙인찍히면 끝장/복잡한 유통구조에 기회 상존(인터뷰)
골드스타 저팬의 94년도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이상 증가했다.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국내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을 거둔 셈이다. 골드스타 저팬의 최인철법인장으로부터 최근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있는 가격파괴현상의 원인과 그에 따른 장단기 대책등을 들어 보았다.
―가격파괴현상의 양상과 향후 일본시장의 여건은.
『장기불황국면이 계속되고 있어 애로가 많지만 가전제품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염가대량판매가 유통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가격파괴는 식품 의류뿐 아니라 가전제품쪽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도 가격파괴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시장여건의 변화에 대한 우리 기업의 장단기대책은.
『93년부터 시작된 가격파괴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어중간한 상품차별화는 이제 곤란하다. 가격이면 가격, 품질이면 품질 하나만으로 승부해야 한다. 비싸더라도 일본 소비자들이 사고싶은 상품을 만들어 내면 실패할 이유가 없다. 한발 앞선 디자인과 상품기획을 통한 제품 차별화 노력이 요구된다』
―일본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 염두에 두어야할 점은.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좋은 제품을 싼 값에 공급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품질은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 품질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으로 한번 낙인찍히면 시장진출이 어렵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의식이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취급설명서의 오자까지 지적한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각광을 받았던 신흥공업국(NICS)제품이 불과 2년도 안돼 외면당한 것도 품질과 서비스 네트워크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가전시장의 특성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일본에서는 시장과 고객특성을 사전에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유통단계의 경우 우리나라는 자사계열점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자사계열점이 30%뿐이고 나머지는 도매상이나 대형슈퍼등이 차지하고 있다. 가격구조도 전혀 다르다. 일본은 유통구조가 다단계여서 가격마진이 50%선에 이른다』
―일본은 비관세 장벽이 높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피부로 체감할만한 장벽은 거의 없다. 특히 가전시장의 경우 복잡한 유통구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도쿄=장현규 기자>도쿄=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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