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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기준」 강화여부 뜨거운 논쟁/관서 대지진이후의 일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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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기준」 강화여부 뜨거운 논쟁/관서 대지진이후의 일 건설업계

입력
199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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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기둥 등 부서져 설계에 문제점”/“직하형 지진불구 피해줄였다” 반박 5천4백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16만여채의 가옥이 파괴된 간사이(관서)대지진이후 일본 건설업계에서는 내진설계와 건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세계에서 내진설계기준이 가장 엄격하다는 일본의 건축물들이 리히터규모 7.2의 직하형 강진이라고는 하지만 불과 20여초간 지속된 지진으로 대거 무너져내리자 내진설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건설성이 정한 내진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81년부터 신 내진설계법을 채택, 각종 구조물을 건설하고 있다. 당시 건축기준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간토(관동)대지진급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강도로 설계한다』는 취지아래 새로운 설계기준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그후 15년 가까이 믿어왔던 「안전신화」는 이번 간사이지진으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81년 이후 신내진설계법에 따라 건설된 지진지역 1백수십동의 아파트중 건물기둥에 금이 가고 기초가 흔들리는 건물이 6동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84년 완성된 고베(신호)시 히가시나다(동탄)구의 8층짜리 아파트는 현관의 문틀이 부서져 문이 열리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이 베란다를 통해 탈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91년 완공된 10층짜리 아파트도 철근 콘크리트기둥과 벽에 금이 가 주민들이 긴급 대피해 있는 상태다.

 일본유수의 대형건설회사 오바야시구미(대림조)가 지진피해지역에 건설했던 건물은 모두 2백23동으로 이중 81년이후 건설된 것이 1백80동이다. 이 회사 자체조사에 의하면 이가운데 「안전도 C」의 판정을 받아 주민대피가 결정된 건물이 7동으로 전체의 4%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내진기준 개정이전에 건설된 건물의 36%가 안전도 C 판정을 받은 것에 비하면 피해가 미미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면에 건물이 기울어지거나 기둥이 부서진 피해가 두드러져 신내진설계법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 하고 있다.

 신내진설계는 2단계의 지진을 상정, 계산하도록 돼있다. 먼저 「중소규모의 지진」으로는 건축물 전체에 거의 피해가 나지않아야 한다는 전제아래 1차설계가 진행된다. 다음으로 「규모 6에 상당하며 최대가속도 0.3∼0.4G (G는 중력가속도)정도의 충격을 주는 대지진」을 전제로 2차설계가 이루어진다. 이때는 건물에 피해가 생기더라도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설계목표다.

 간사이 대지진은 처음으로 2차 설계의 안전성을 시험해 본 기회였는데 결과에 대한 건설업계의 평가는 양쪽으로 갈린다. 이번 지진은 통상 가로로 흔들리는 수평지진뿐 아니라 아래 위로 흔들리는 수직지진도 겹쳐 일어나 설계강도를 훨씬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액상화(액상화)까지 겹친 특이지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건물의 피해는 오히려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신내진설계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고 주장하는 측의 견해다.

 반면 간토 대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상정한 내진기준에 비추어볼때 이는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피해조사를 담당했던 설계사무소의 한 간부는 『내진설계가 됐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집을 산 실수요자가 기둥과 벽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으면 건축기술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구조적으로 약한 벽과 기둥을 보강하는 건축기술연구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을 비롯, 일본국민들이 내진설계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던지고 있지만 대폭적인 기준개정은 이루어질 것 같지않다. 지난 달 8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일본건축학회부회장 오카다 츠네오(강전항남) 도쿄대 교수는 『신내진설계의 목표는 건물이 다소의 손상을 입더라도 완전붕괴를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이점에서 목표는 달성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기준의 대폭개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준의 개정은 건축공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건설비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만큼 내진설계를 둘러싼 건설업계의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도쿄=이창민 특파원>

◎불실공사 밝혀져 더 큰 충격/한신 고속도 등 곳곳에 설계·용접불량

 일본에도 부실공사는 있었다. 간사이(관서)대지진은 숨겨져 온 일본 건설공사의 치부를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다. 멀쩡해 보였던 철골구조물의 내부와 천장등에 숨어있던 부실공사의 내용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조사에 나선 담당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지바(천엽)공대의 하시모토 아츠히데(교본 독수)교수(강구조학)는 지진직후 5일동안 고베(신호)시의 니시노미야(서궁) 아시야(호옥)등 지진피해가 심했던 3개 지역에서 조사활동을 벌였다. 외벽이 떨어져 나간 철골구조의 중저층 건물과 아파트등 89동이 대상이었다. 조사결과 완전히 붕괴된 20개 동 모두가 용접및 설계의 불량이 두드러졌으며 특히 12개 동에서는 기둥과 서까래의 이음매만 살짝 때운 눈가림 용접이 발견됐다.

 고베시 나다(탄)구의 한 4층 건물은 2층의 기둥용접부분이 떨어져나가 3층부터 폭삭 주저앉았다. 지진발생시 강한 힘을 받게되는 기둥과 서까래에 「완전용해용접」을 해야하는 상식을 어긴 부실공사였다. 건물1층과 지하 사이가 칼로 자른 듯 도려내진 채 옆으로 넘어진 고베시 주오(중앙)구의 5층건물도 철근콘크리트의 기초에 기둥을 고정시키는 철제 앵커볼트에 결함이 있는 부실공사로 판명됐다. 성수대교의 상판이 떨어져내린 것과 다름없는 시공이었던 것이다.

 5백여에 걸쳐 옆으로 쓰러져 세계적인 뉴스의 초점이 됐던 한신(판신)고속도로도 교각부분의 철근용접불량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일본건설업계의 체면을 손상시켰다.<도쿄=이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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