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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추세 변호사양산/미·일 실태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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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추세 변호사양산/미·일 실태 살펴보면

입력
199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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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320명중 1명이 변호사/누구든지 물건사듯 쉽게 활용/수임료 인하·서비스경쟁 치열 사회의 다원화·전문화가 진행되면서 세계는 변호사 양산시대로 가고 있다. 일본은 변호사 대량배출을 향한 제도개혁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으며 한국도 최근 법조인양성체제 개편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변호사 대량배출사회의 본보기이다. 미국 변호사 사회의 「명과 암」 일본의 사법개혁 움직임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변호사는 모두 죽어야 한다』

 영국의 전설적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극언은 최근 미 TV광고를 통해 다시 부활한 느낌이다.「변호사가 없는 사회」를 천국으로 묘사한 운동화광고에 이어 카우보이가 정장차림의 변호사들을 올가미에 묶어 끌고가는 맥주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수난을 고소해하는 일반인들의 심리를 이용한 광고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변호사에 대해 상반된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돈 잘버는 변호사들에 대한 시기심과 그들의 도움을 절실히 느끼는 심리가 공존한다. 현실적으로 섹스스캔들에 발목잡힌 클린턴대통령부터 뉴욕 뒷골목의 불량배까지 변호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최신 통계에 의하면 미국내 변호사수는 86만5천명. 미국인 3백20명에 한명꼴이고 세계 전체로 볼 때 70%를 차지한다. 「변호사 천국」이라고 할만하다.

 일류 변호사의 수입도 엄청나다. 「자본의 논리」를 철저히 따르는 일류변호사의 시간당 수임료는 4백∼5백달러. 한해 수백만달러를 버는 변호사도 수두룩하다. 비교적 간단한 사건인 음주운전이나 난폭운전등 교통사고의 경우 한차례 법정출두에 많으면 7백∼8백달러까지 받는다. 시장 규모도 94년 현재 약 9백10억달러정도다.

 그렇지만 미국민들은 변호사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해마다 송사만 2천만건이 새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변호사에도 불구, 공급부족 현상마저 나타나는 미사법체제의 맹점은 결국 「돈」문제다. 돈이 있으면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성의없는 국선변호사에게 운명을 맡겨야 한다. 변호사의 서비스를 좌우하는 「핵심변수」는 변호사 수가 아니라 변호사 선임에 필요한 돈인 것이다.

 가장 극명한 예가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미식축구스타 O J 심슨사건이다. 하루 1만5천달러(약 1천2백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쓰고 있는 심슨은 갈수록 무죄평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도 대량변호사 사회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 여론이다. 우선 미변호사사회에는 수임료 바가지가 없다. 변호사의 윤리교육은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계속되며 이를 어길 경우 ABA의 엄격한 제재와 함께 다른 변호사와의 경쟁에서 도태된다.

 변호사간의 경쟁은 수임료 인하와 서비스 제고로 이어진다. 실례로 교통사고로 입건되면 법원의 컴퓨터망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변호사들로부터 저렴하고 효과적인 변호를 해 주겠다는 내용의 편지가 여러통 날아든다. 웬만한 전화 상담은 무료로 해 주는 변호사도 있다.

 미국사회에서는 변호사를 구하는 것도 슈퍼마켓에서 장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버지니아에서 개업중인 전정재변호사는 『변호사가 많아야 고도로 전문화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변호사 양산사회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미 변호사되는길/학부졸업→로스쿨3년→절대평가 자격시험

 학부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보통 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로스쿨(LAW SCHOOL·통칭 법과대학원)에 진학한다. 

 수학기간은 3년. 학교측은 LSAT(수능시험)와 최종학교 성적을 합쳐 입학여부를 결정한다. 입학문턱이 높아 로스쿨 신입생의 절반정도가 석사학위 소지자다.

 최근 들어 여학생의 입학비율이 절반가량으로 높아졌으며 현장에서 활약하는 여성 판검사나 변호사도 부쩍 늘었다. O J 심슨을 기소한 마샤 클락도 대표적 여검사다.

 로스쿨은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에서 보듯 사례위주의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며 보통 첫해에 10∼20%가 탈락한다. 변호사 시험은 2월과 7월 매년 2차례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된다. 합격점수 이상이면 숫자에 관계없이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심슨 변호인단/수석 샤피로 등 실력파 집합 「환상의 팀」/“범행 확신” 일반인 심증 뒤집고 승소눈앞

 「O J 심슨이 전처를 죽인게 확실하다」  미 CNN방송은 최근 『대다수의 미국민들이 심슨의 범행을 확신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재판진행 과정은 딴판이다. 일반인의 심증과는 달리 심슨의 승소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법률전문지인 「내셔널 로」가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변호사들의 70%가 심슨의 승소를 예상했다.

 이같은 전망은 미 사법제도에서 변호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 심슨 변호인단은 「환상의 팀」이라 할 수 있다. 수석변호사 로버트 샤피로를 비롯, 최고의 흑인변호사 자니 코크란, 하버드대 교수 앨런 더쇼위츠, 전략의 명수 프랜시스 베일리등이 포진하고 있다.

 역할도 세분돼 있다. 샤피로가 전체 작전권을, 코크란은 백인경찰의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부당 수사행위를 맡고 있으며 더쇼위츠는 케임브리지사무실에서 팩시밀리와 전화로 변론방향을 조언한다. 또 심슨 혈흔의 증거능력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DNA전문변호사도 있다. 이들의 명성은 사건을 맡으면 이긴다는데 있다. 샤피로의 경우 가수 로드 스튜어트, 프랭크 시내트라, 자니 카슨등 할리우드의 명사들을 고객으로 갖고 있다. 「샤피로만 있으며 모든 일이 해결될 텐데」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코크란은 가수 마이클 잭슨이 13세 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로 송사에 휘말렸을 때 변호를 맡아 검찰을 손들게 만들었다. 그는 친화력과 설득력이 뛰어나 이번 재판에서 12명의 배심원중 아무리 못해도 1명은 설득할 것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그럴 경우 평결은 불가능하고 심슨은 석방된다.

 그러나 이들의 수임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심슨사건은 유전무죄라는 미국 사법제도의 관행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뉴욕=조재용 특파원>

◎일본의 사법개혁/사시합격 대폭증원 큰줄기/“현행 2배이상”… 문턱낮추기 논의 활발

 일본이 사법제도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법조인을 대폭 늘려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개혁방향을 둘러싸고 이해집단간의 대립이 심각하다. 이같은 양상은 지난달 13일 열린 「법조양성제도개혁위원회」전체회의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일최고재판소, 법무부, 변호사연합회(일변련)등 법조계인사와 학계 언론계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회의는 법무부와 일변련간의 「싸움터」였다.

 선공은 법무부. 사법시험의 합격자수를 현행 7백명에서 1천5백명선으로 2배이상 늘려 폭증하는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방안을 먼저 제시했다.

 일본의 등록 변호사수는 1만5천1백21명. 인구 8천2백명당 한명꼴인 변호사수로는 복잡 다기화된 현대사회의 각종 법률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게 법무부측 배경 설명이다.

 하지만 「사법합격자의 증원―변호사수 증가―수입의 감소」라는 등식을 염두에 둔 일변련측 대표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이미 회의장의 대세를 파악한 일변련대표는 『증원을 하더라도 앞으로 5년간 8백명 정도가 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일변련이 지난해말 임시총회에서 갑론을박끝에 합의한 숫자다.

 그러나 『개혁을 미루려고 하는 핑계다』 『변호사들이 개혁을 싫어한다면 사법서사도 법률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각계대표들의 강경론이 잇따랐다. 일변련이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인 것같다.

 일본 변호사에 대한 사회여론은 이미 극도로 악화돼 있다. 소송 수임료가 전반적으로 높고, 변호사수가 적어 문턱이 높은데다 전직 변호사가 폭력단의 배후조종을 맡다가 체포된 사건마저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현직 변호사 7명이 지난해 9월이후 석달동안 파렴치행위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같은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감안할때 사법고시 합격자수의 증원은 법무부 원안처럼 「대폭」이 될게 분명하다.<도쿄=이재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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