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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들 왜 많이 물렸나/대출전 기업평가소홀 화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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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들 왜 많이 물렸나/대출전 기업평가소홀 화자초

입력
199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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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목전 두고도 신규자금 대줘/자율화시대 치열한 경쟁도 한몫 덕산그룹 계열사의 연쇄부도로 금융기관들이 입게 될 피해규모는 최소한 2천억원이 넘을 것이란 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은행권은 전체 대출금 2천여억원 가운데 담보부족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투자금융 종합금융등 제2금융권은 성격상 신용대출이 대부분이어서 은행 지급보증받은 것을 빼고는 대출금(2천4백여억원)의 대부분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금융기관도 은행 17개, 투자금융 7개등 3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기업의 규모에 비하면 금융기관의 피해규모가 크고 광범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피해규모가 큰데 대해 금융기관의 두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금융기관들의 대출업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곧 부도날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데도 정작 금융기관은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거액을 대준 것이다. D투자금융등 몇몇 금융기관은 올들어서도 덕산계열사에 수십억원의 돈을 빌려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금융기관은 부실의 낌새를 알아채고 대출금 회수에 들어갔으나 중도에 부도가 나는 바람에 물린 경우도 있다. J투자금융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말 한 차례 부도설이 나돌아 대출금 회수에 들어갔으나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최근 몇년사이 금융업계의 여건이 크게 바뀌면서 신규거래처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대출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금융 자율화와 금리자유화가 확대돼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히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금융기관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소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거래처, 즉 신용도가 낮은 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영업실적에 더 많은 비중을 둘수록 기업에 대한 심사는 그만큼 소홀해지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피해 금융기관들은 조만간 채권단을 구성, 앞으로의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련 금융기관이 워낙 많아 의견일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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