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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금융」 시한폭탄/내년부터 본격거래… 대책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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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금융」 시한폭탄/내년부터 본격거래… 대책세워야

입력
199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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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링스사태 한국도 예외아니다/순간의 판단이 회사운명 좌우/예측능력·자산신중관리 관건 베어링스그룹 파산사태는 파생금융상품(DERIVATIVES)이 주도하는 현 국제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들이 사실상 무한대의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직 국내엔 파생금융개념조차 생소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위험한 첨단상품거래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베어링스그룹 사태를 계기로 치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8일 재정경제원에 의하면 파생금융상품은 ▲시장별로 장내·장외거래 ▲계약형태별로 선물(환) 옵션 스와프 ▲자산별로 통화 금리 주식등이 있지만 응용상품까지 합치면 그 종류는 무려 1천3백여종에 이른다. 파생금융거래란 환율 금리 주가 등의 변화로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래에 예측되는 가치로 거래를 하는 계약을 뜻하는데 현물이 오가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위험회피용」에서 점차 「투기용」으로 변질되는 추세다. 물론 정확한 예측은 엄청난 이익을 보장하지만 반대로 순간의 오판은 베어링스사태처럼 회사자체를 도산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현재 국내에도 일부 장외파생금융거래(작년연간 4천4백70억달러, 전년대비 51%증가)가 이뤄지고 있고 내년 1월엔 주가지수선물거래가 본격 개시된다. 신경제 5개년계획에 의하면 연내 금융선물거래법을 제정, 96∼97년중 금융선물거래소(장내시장)를 설립하도록 되어있다.

 재정경제원은 일단 『이번 베어링은행사태와 국내 금융선물거래일정과는 무관하다』며 『그러나 파생금융상품거래시 금융기관들의 「무모함」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재경원은 우선 딜러들의 과도한 투기행위를 막기 위해 은행별로 각 딜러가 ▲돈을 굴릴 수 있는 한도 ▲손해를 용인할 수 있는 한도등을 정하는 내부통제장치를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또 ▲일반거래처럼 파생거래손익도 장부상 회계처리(현재는 장부외거래)해 감독당국과 주주들의 평가를 받게 하고 ▲거래내용을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공시하며 ▲거래한도(포지션)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파생금융거래시대의 개막은 금융시장 국제화의 필수경로지만 동시에 금융기관 리스크의 국제화 대형화를 뜻한다. 중요한 것은 고객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의 정확한 예측능력과 신중한 자산관리라는게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딜러와 펀드매니저/금융시장 「공식 큰손」/선물·주식거래 거액자금운용

 동시에 터진 국내외의 두가지 사건으로 금융기관의 딜러와 펀드매니저가 각각 갑자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는 일반에게 다소 생소했던 딜러와 펀드매니저가 거대한 국내외 금융시장을 하루하루 움직여가는 실질적 주체임이 커다란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탓이다. 딜러를 일반인들에게 부각시킨 사건은 나라밖의 영국 베어링스금융그룹 파산, 펀드매니저를 부상시킨 사건은 나라안의 부광약품 주가조작사건이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의 자기자금으로 각종 선물시장에 참여하는 자금운용자를 「딜러」, 금융기관과 연·기금 등의 자금으로 주식이나 회사채시장에서 거래하는 자금운용자를 「펀드매니저」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둘다 합쳐서 딜러라고 통칭하고 있기도 하다.

 베어링스그룹의 파산은 계열사인 베어링증권의 싱가포르지점에 근무하는 28세 딜러 닉 리슨의 「단독행위」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 영국정치권을 중심으로 온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닉 리슨의 경우 통칭 딜러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 엄밀하게 보면 트레이더(자기계정을 갖고 선물시장에서 활동하는 자금운용자)에 해당한다. 닉 리슨은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일본주가지수 선물시장(파생상품시장)에서 40억달러(3조2천억원)를 투자하고 있었다. 새파란 젊은이가 엄청난 자금을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2백33년 전통의 영국 최고은행을 일거에 파산의 벼랑으로 몰아간 것이다.

 부광약품 주가조작에서는 국내 금융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 상장기업 주식의 경우 주가를 어느 정도 오르게 하든가,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 투기꾼들과 결탁해 8천만∼2억5천만원의 사례금을 챙겼다. 금융기관의 임원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억대의 사례금을 과장이나 대리, 혹은 직원의 신분인데도 펀드매니저라는 특수성 때문에 쉽게 챙겼다.

 딜러나 펀드매니저들은 새로운 금융시대의 총아다. 딜러는 자신이 거래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국내에서는 1인당 30억원가량이다. 닉 리슨에게도 한도가 있었을텐데 이를 무시, 재앙이 발생했다. 펀드매니저들도 1인당 수십억∼수백억원의 자금을 굴린다. 국내주식시장이 기관투자가들의 시장이라고 할 때 바로 이들 몇몇의 대형 펀드매니저들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딜러든 펀드매니저든 이들은 금융시장의 공식적 「큰손」이다. 보수도 해외에선 성과에 따라 연간수십만∼수백만달러이다. 국내에서도 성과급을 도입하는 추세다. 외국의 경우 딜러는 대체로 고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활동, 20대에 꽃을 피우고 펀드매니저는 20∼30대에 주로 활동한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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