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간 크레인지 선정/광고사 경영 10년/성실·근면성 바탕작년 3,000만불수주/모국어 남다른 애착… 한글학교 재정지원도
뉴욕 맨해튼 5번가 315번지는 한국교민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빌딩은 보르네오 미국 현지법인이 90년초 인수했다가 사업이 잘 안돼 떠나간 자리다. 회사가 한창 흔들릴 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까지 났었다. 그리고나서 2년 가까이 주인이 나서지 않아 방치됐다. 이곳을 최근 한인 광고회사 「강 앤드 리」의 대표 엘리엇 강(한국명 강성민)씨가 인수했다.
강씨의 빌딩인수는 두가지 면에서 화제가 됐다. 하나는 한국기업이 맨해튼에서도 가장 번화한 5번가로 진출했다가 좌절한, 쓰라린 경험이 스며 있는 곳에 교포기업인이 다시 뛰어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씨의 나이가 이제 겨우 서른다섯살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의 아시안계 사회 광고시장에서 최고인 3천만달러의 광고수주액(94년)을 기록했고, 광고회사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AT&T(American Telephone & Telegraph)·노스웨스트항공·프루덴셜 보험·필립 모리스·시어즈 로벅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사업가로선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맨해튼 중심가의 11층짜리 빌딩을 인수한 강씨의 전력에는 그러나 그런 사업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라마틱한 부분이 별로 없다. 11세때 부모를 따라 미국이민을 왔고, 부모의 기대에 보답하듯 명문 코넬대를 졸업했으며, 10년째 광고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간추린 그의 개인사다.
속내를 조금 더 짚어보면 아버지의 골동품가게 지하에 전화1대를 놓은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고, 4년이 지나서야 집에 돈을 가져가게 됐다는 것 정도가 눈에 띈다. 그 다음 6년은 첫 4년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순탄했다. 사업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된 AT&T의 광고 수주에서도 성실과 노력, 신용과 근면이라는「평범한 비결」만이 모범답안처럼 찍혀나온다.
정작 이야기는 강씨가 사는 방식이다.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인 빌딩 4층에 그는 4월중순 개관목표로 화랑을 꾸미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동양인 아티스트들이 무료로 이용하게 될 이 화랑은 바로 아래층에 화랑과 연결해서 마련할 카페의 수입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강씨는 한국어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있다. 남들에게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전한 한국인이 되지 않고선 완전한 미국인도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미한인학생회의(KASCON·Korean American Students Conference)와 한글학교 등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창 말들이 많은 세계화에 대해서도 강씨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다. 얼마전 한국에 들어갔을 때 딸들 선물로 한국인 인형을 찾았는데 아무데도 없어 결국 못사고 말았다는 강씨는 『제 것을 지키지 못하고선 남들과 비슷하게 될 수도, 남들보다 앞설 수도 없다』고 말한다. 최근 주간 크레인지가 「뉴욕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40대이하 40인」중의 한사람으로 선정한 그의 저력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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