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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살 뉴욕지하철/「사고철」악명 벗었다/불결·범죄·고장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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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살 뉴욕지하철/「사고철」악명 벗었다/불결·범죄·고장의 대명사

입력
199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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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차량나이 20년불구/철저한 정비로 예방 올해로 개통 91년째를 맞은 뉴욕 지하철은 불결, 범죄 뿐 아니라 잦은 고장과 사고로도 악명이 높았다. 지난 83년과 84년 2년동안에는 평균 18일에 한번씩 열차가 탈선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뉴욕 지하철은 안전이나 신뢰와는 거리가 멀었다. 82년의 경우 정상운행시각보다 5분이상 지연된 횟수는 무려 3만7천5백86건(객차1량기준). 당시 객차수가 6천2백97량이므로 10량 편성열차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각 열차마다 1년에 60번, 한달에 다섯번씩은 지연된 셈이다.

 열차의 내구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는 MDBF(Mean Distance Before Failure : 한번 수리를 받은 다음 다시 수리가 필요할때까지의 운행거리)는 평균 7천1백45마일(약1만1천5백)에 불과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94년의 사정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5분이상 지연횟수가 5천3백34회로 줄어 정상운행시각을 지키지 못하는 「사고」가 열차당 1년에 9번으로 감소했다. MDBF도 94년에는 5만6천2백70마일로 거의 8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차량평균 나이가 20년에 달하는 뉴욕지하철이 노후화하지 않고 오히려 개선되고 있는 데 대해 뉴욕지하철 운행업무를 총책임지고 있는 마이클 롬바르디씨는 『신형열차나 장비가 도입됐기때문이 아니라 기존시설에 대한 보수·유지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 지하철의 안전점검시스템은 이중 삼중으로 이뤄져 있다. 차량의 경우 4백90명의 차량점검원들이 70개조로 나뉘어 점검하는 외에 14개 관리공장에서 6백41명의 점검반이 별도로 안전점검을 벌인다. 이같은 통상점검 외에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정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는 예방정비프로그램을 실시, 사고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문제발생여부에 상관없이 바퀴 및 바퀴축은 6년마다, 에어브레이크는 4년마다, 압축기·배터리는 7년마다 정기적으로 수리 또는 교체하고 있기 때문에 뉴욕의 지하철은 4∼7년마다 겉뼈대를 빼고는 완전히 새 차가 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차량 및 선로 보수업무에 10년간 종사해 온 기술자 찰스 슈래이더씨의 말이다.

 예방정비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2개의 종합정비공장은 뉴욕지하철이 내세우는 자랑거리이다. 뉴욕시 남단에 위치한 코니아일랜드 종합정비공장은 웬만한 중공업회사를 능가하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공장 면적만해도 2만평이 넘고 여기에 차고까지 합하면 75에이커(9만1천8백평)넓이로 동종공장으로선 북미최대규모다.

 여기서는 페인트칠과 세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리를 할 뿐 아니라 지하철 차량의 바퀴 차축 에어브레이크 등 핵심부품을 자체생산한다. 기술자로 입사해 공장장자리에까지 올랐다는 프랭크 실레치아씨는 『차량인수당시 제작노하우를 함께 인수받기 때문에 제작연도, 국가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지하철 차량부품을 수리 및 자체 제작할 수 있다. 때문에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수리를 할 수 있음은 물론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터널을 포함한 모든 구조물은 1년에 한번, 하저터널은 1년에 두번 반드시 감독자의 책임하에 점검하도록 돼 있다. 철골구조물의 콘크리트부식상태와 누수여부 등 주요점검결과 뿐 아니라 6주마다 실시하는 조명상태검사, 매4주 실시하는 환기 하수시설 검사결과까지 매년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다.

 물론 지하철에 사고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뉴욕지하철의 신속한 비상대응체계는 1차 충격으로 인한 피해외에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기관사는 중앙 사령실로 무선을 통해 보고하며 중앙사령실은 병원 경찰서 소방서 응급구조대 등 6개 기관에 동시에 통보, 조치를 취하게 된다.

 사령실의 컴퓨터에는 사고현장의 역과 선로의 상세한 지도가 입력돼 있으며 출구 계단 인근역 비상장비 등의 위치까지 나타나 있어 종합적인 지휘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사령실 총책임자 돈 노리에가씨는 『무선통신체계자체는 65년에 갖춰진 낡은 것이지만 시내 곳곳에 있는 비상차량 및 관계기관과 즉시 연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해 왔기 때문에 상황발생에서 현장출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이내』라고 자신했다.

◎뉴욕지하철 과거와 현재/1904년 미서 두번째 개통/연10억이용 세계7위

 93년 현재 연간 10억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뉴욕지하철은 이용승객수에서는 서울(12억명)에 이어 세계 7위의 규모이다. 그러나 총노선 25개에 레일총연장 6백56마일(약 1천55), 역사 4백69개로 실제 규모는 모스크바 도쿄(동경)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평가되고 있다. 운행길이는 하루평균 97만4천마일, 연간 3억마일에 달한다. 24시간 운행하며 수송분담률은 51.8%로 버스의 6.8%, 자동차 33.3%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뉴욕에 지하철이 개통된 것은 1904년 10월27일이다. 세계최초의 지하철이 영국에 등장한 지 41년 뒤이고 미국에서는 보스턴지하철(1897년)에 이어 두번째다. IRT(구간 고속교통)사라는 민간자본에 의해 개통된 첫 노선은 뉴욕의 중심지 맨해튼을 시청에서 1백45번가까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것으로 길이가 9.1마일에 20개의 역이 있었다. 이어 1915년에 BMT(브루클린-맨해튼교통)사라는 민간회사가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잇는 노선을 개통했다. 뉴욕시당국은 32년「8애비뉴」노선을 완공한뒤 IND(독립 시영고속교통)를 설립, 지하철운영에 참여했다.

 IND는 이후 BMT와 IRT를 인수,「NYC 트랜짓」으로 이름을 바꾼뒤 53년에 본부를 현재의 위치인 브루클린에 설치, 지하철을 통합운영하게 됐다. 현재 뉴욕 지하철의 대부분 노선과 역사는 개통이후부터 1940년까지 기간에 건설된 것이다.

◎총괄책임 롬바르디씨/부품 자체제작 비용절감/제때 제때 공급 큰 성과(인터뷰)

 뉴욕지하철은 차량 전기시스템 선로 등 6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마이클 롬바르디씨는 핵심부서인 차량부문책임자로 있으면서 동시에 6개 사업부문 운영을 총괄조정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뉴욕지하철에서만 33년을 합해 모두 43년간 철도와 인연을 맺어온 베테랑인 그는 최신시설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지하철 안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롬바르디씨는 『뉴욕지하철은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고장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재수리전운행거리(MDBF)가 파리나 도쿄 지하철보다 더 길어졌다』며 『차량 평균연령이 2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자체 제작한 부품을 싼값에 제때 공급하고 정기점검표에 따라 철저한 점검을 벌이고 있는데서 얻어진 결과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선로나 객차는 새로 교체한다 하더라도 건설한지 90년이 넘는 지하터널은 안전운행에 위협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롬바르디씨는 『당시 기술로 그처럼 튼튼한 터널을 건설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공이 단단하게 돼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롬바르디씨는 또 뉴욕은 공해가 세계 다른 대도시에 비해 덜 심각하기 때문에 서울처럼 대기오염으로 전력공급선이 부식돼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없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진단하는 뉴욕 지하철의 가장 큰 문제는 차량과 선로의 결함이나 터널의 안전도가 아니라 의외로 터널내에 설치된 비상경보장치를 파괴하거나 울려 놓고, 차량에 낙서를 해대는 반달리즘(문화파괴주의)이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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