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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생(장명수 칼럼: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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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생(장명수 칼럼:1786)

입력
199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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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50대이상인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요즘 「안노생」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안락한 노년을 생각하는 모임」을 젊은이들식으로 약어화 한 이 신조어는 초로의 관심사를 농담반 진담반으로 전해주고 있다. 아직 그런 모임을 실제로 만들었다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으나, 50대이후라면 모두 잠재적인 안노생 회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나는 확실히 늙어가고 있구나, 늙으면 어떤 생을 살게 될까, 직장에서 물러난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너무 외롭지는 않을까, 경제적으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등등의 서늘한 생각을 문득문득 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안노생 회원이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안락한 노년」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부부가 다 건강하고 사이가 좋을 것,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것, 친구와 취미를 가질 것등은 누구나 내세우는 기본조건이다. 그리고 추가되는 것은 작은 일이라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갖는다면 더욱 좋은 노년이 될 것이라는 소중한 의견이다.

 부부가 사이좋게 해로한다는 것은 매우 큰 복이다. 수명은 하느님이 주신다해도 건강과 사랑은 인간의 노력으로 가꿔야 한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자부하며 직장에 모든 것을 바쳤던 가장이 정년퇴직한 후 가족과 행복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건강도 잃게 된 경우는 의외로 많다. 부부사이가 좋지 않거나 정신적 유대가 없으면 노년의 남자는 특히 비참해지기 쉽다. 자신의 몸과 정신, 가족관계를 늘 점검하고 노력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노년준비다.

 경제적 독립이란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미리 재산을 물려주지도 말고, 살아있는 날까지 자신을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큰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대개 집을 팔아서 지방도시등에 부부가 살 집을 마련하고, 남은 돈으로 노년을 살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신도시로 이사하거나,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아예 미국 캐나다등의 실버타운을 알아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의 집을 팔아서 외국으로 가면 오히려 여유있게 질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같이가서 살 친구와 이웃,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즐길 수 있는 취미등이 매우 중요한데, 그것 역시 하루아침에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인간과 사회,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은 노년생활의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것들이 빠진 노년은 겉으로 아무리 안락하더라도 이기적이고 황폐한 노년일 수밖에 없다. 노년을 준비한다는 것은 인생전체를 폭넓게 바라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생각해보는 작업일 것이다. 중년을 넘긴 사람들이 잠재적인 안노생 회원이 되어 인생을 생각해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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