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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위한 상자/박내부(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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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위한 상자/박내부(메아리)

입력
199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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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탁월한 액션배우 성룡이 문맹이라는 최근의 보도는 자못 충격적이다. 놀랍기는 하지만, 그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감을 떨어뜨리지는 않는 듯하다. 그는 이미 액션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빈센트 반 고흐도 정규미술교육을 받았다면 「해바라기」같은 명화를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꽃병에 비해 턱없이 큰 해바라기꽃들, 생명이 약동하듯 꿈틀거리는 힘찬 선묘, 리드미컬하게 퍼져 나가는 색채의 향연, 표현의 욕망을 난폭할 정도로 순수하게 드러내는 야성적 체취….

 정규미술학교에서는 대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천재」의 싹을 일찍부터 자른다. 감성을 규격화한다.

 재미 작가 백남준도 미학과 함께 음악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세계적 명성을 지닌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미술보다 전위음악에서 더 많은 작업적 영감을 받았다.

 「바보상자」TV에서 「인류의 밝은 미래를 열 메신저」라는 적극적 의미를 찾았던 그는 낡은 TV 수상기를 모아 기발하고도 탁월한 조형의 설치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말 독일 카피탈지로부터 연속 2년 「세계 5위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헐렁한 와이셔츠에 멜빵 하나쯤은 흘러내려져 있는 그는 세상사에 무관심한 듯이, 초탈한 듯이, 방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의 비디오 작업과 예술관이 매우 정교하듯이, 외양과는 달리 그는 매우 치밀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전하는 점이 재미있다.

 매우 복잡한 작업에 몰두하다가도 기자가 나타나 말을 걸면, 별안간 멜빵도 흘러내리게 하고 세상의 모든 일이 권태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자기연출이 능하고 상상의 세계가 나비처럼 자유로운 이 유쾌한 천재는 3월부터 한국의 TV광고(CF)에도 등장해 사이다를 선전하게 된다. 또한 3월 1일부터는 한국에서도 본격적 「케이블 TV 시대」가 열리면서, 그가 긍정적으로 보았던 TV시대가 더욱 풍성해지게 된다.

 이제 어린이들은 어차피 TV, 컴퓨터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학교교육, 가정교육과 함께 TV로 인한 사회교육이 큰 비중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을 만드는 어른의 책임이 크지만, TV를 통해 희망적이고 지혜로운 세상을 열어 갈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천재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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