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의 붉은 군대는 2차세계대전중 많은 영웅을 배출했다. 이들중 현재까지 국민들로부터 추앙받는 인물로 마트베이 샤포슈니코프장군이 있다. 마트베이장군은 지난 43년 독일군의 끈질긴 저항에도 불구하고 드네프르강 도하작전을 성공시켜 금성훈장을 받은 뛰어난 지휘관이었다. 그는 또 군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고수해야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이같은 신념은 그에게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스탈린은 그의 능력과 정치불개입 자세를 높이 평가, 군의 요직에 계속 기용했다. 승승장구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62년 한 도시에서 발생한 반 체첸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라는 당 정치국의 명령을 군의 정치개입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당시 흐루시초프 공산당서기장은 그를 명령불복종으로 숙청했다.
지난 91년 소련붕괴이후 체첸공사태에 이르기까지 붉은 군대는 각종 정치세력들에게 이용당하는 등 그 화려했던 명성에 상처를 입었다. 더욱이 일반 사병에서 최고위 장성에 이르기까지 러시아군 전체가 정치권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많은 소장파 장교들은 국가를 혼란에서 구할 수 있는 세력은 군뿐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가 하면 군고위층은 정계 실력자들의 환심 사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지난 23일 조국 수호자의 날 (국군의 날)을 맞아 최근 군부에서 만연하고 있는 명령불복종, 부정부패, 탈영 등을 의식한듯 올해의 최우선 과제는 군개혁이라고 말했다.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뒤 밝힌 그의 군개혁의지는 결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의 개혁 청사진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러시아군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군의 정치개입 저지와 정치군인의 정리인 듯하다. 어떤 국가든 군이 정치에 개입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집권자의 사병 혹은 정권의 방패막이로 전락한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이미 증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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