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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솜방망이”/방송사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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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솜방망이”/방송사 “흐지부지”

입력
199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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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경고」등 제재조치 반영안돼/오히려 더 자극적인 장면 반복방영/“형식 규제 벗고 심의 객관성 확보해야” 방송위원회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프로그램에 대해 내리는 각종 제재조치가 실효성을 잃고 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재조치를 내려도 같은 내용의 위반이 동일 프로그램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반복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MBC TV미니시리즈「사랑을 그대 품안에」처럼 「경고」를 받았던 장면이 재방 때에도 수정없이 그대로 나가기도 한다.

 방송위원회 연예 오락심의위원회는 지난주 한꺼번에 6개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해당 프로그램 책임자에 대한 경고」나 「사과」조치를 의결·건의했다.

 MBC TV 「아들의 여자」 「베스트극장, 유혹」 KBS 2TV 「인간의 땅」은 선정성이, SBS TV 「모래시계」 「기쁜 우리 토요일」은 폭력성이, SBS TV 「생방송, 한밤의 TV연예」는 간접광고가 각각 그 이유였다.

 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이미 같은 이유로 한두차례 「주의」나 「경고」를 받았었으나, 개선되기는 커녕 흥미를 위해 더욱 자극적인 장면을 반복해 내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기쁜 우리 토요일」은 두 차례나 「주의」를 받은 「모래시계」의 특정 폭력장면들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생방송, 한밤의…」는 지난해 MBC와 KBS가 같은 이유로 「사과」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가수 김건모가 나오는 CF를 「뮤직비디오」라며 상품명이 나오는 자막까지 그대로 방영했다.

 방송위원회 심의·규제가 이처럼 실효를 못 거두는 것은 규제자체가 다분히 형식에 치우치는데다 시의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이 반복될 때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는 「주의」나 「경고」가 같은 프로그램에 몇번이나 남발되고, 「사과」명령은 결정과정이 늦어 해당 프로그램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방송사들은 『제재는 어차피 방송이 거의 끝날 때쯤에야 내려지니까 시청률만 높일 수 있다면 우선 내보내고 보자』는 식이다.

 지금까지 몇차례 내려진 가장 강력한 제재인 관계자에 대한 징계 역시 연출당사자보다는 책임자가 받아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심의자체의 객관성에 방송사들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일부 심의위원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로 꼽힌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으로 방송사 자체 심의기능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 때문에 시청자들은 방송위원회의 심의가 제기능을 발휘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저질 프로그램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확실한 장치이기 때문이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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