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취임 2년을 맞은 김영삼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그의 통치스타일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년동안 국민이 그에게서 받은 뚜렷한 인상은 과감성·결단력·개혁의지·돌파력등이다. 반면에 충분히 심사숙고하지 않고, 일관성과 뒷마무리가 약하고, 승부사적 고집이 강하고, 때로는 권위주의적이고,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꾼다는 인상도 주고 있다. 취임초 공직자 재산공개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 그의 개혁작업은 폭넓은 사정, 성역으로 치부돼온 군의 개혁, 금융실명제, 행정기구 개편, 부동산실명제등으로 이어져 왔다. 그는 자기임기안에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을 다하겠다는 진심을 국민에게 전하고, 「개혁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처럼 엄청난 양과 내용의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민으로부터 만족스런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그가 사심없이, 어떤 계층의 이해관계에도 얽매이지 않고, 단임대통령의 약점을 강점으로 이용하면서 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일련의 개혁품목들을 준비해 두었다가 충격요법으로 써왔고, 그래서 모든 개혁이 한건 위주로 단절된 느낌을 준다고 비판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평생 정치가로 역경을 헤치며 살아온 그로서는 개혁과 국면전환을 동시에 이루자는 계산을 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나, 그런 정치적 계산이 오히려 개혁의지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었다. 국민은 정국이 꼬이거나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또 무슨 깜짝쇼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불안을 품게 되었고, 어느날 갑자기 「국제화」에서 「세계화」로 국정목표가 옮겨가는 소동등을 지켜보면서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초 인사가 만사라고 강조했고, 자신과 임기를 함께 하는 장관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년간 총리를 네번 바꾸고, 통일부총리를 다섯번 바꿨으며, 그와 임기를 같이할 가능성이 있는 장관은 단 두사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가 사람을 물러나게 하는 방식은 때로는 권위주의적이고, 급하게 결정되고, 책임회피용이 아닌가 의심스럽고, A를 물러나게 한 이유와 B를 새로 등용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물러나는 장관들은 대개 『방송뉴스를 듣고 물러나는 것을 알았다』고 말해 왔는데, 나라일에 중용했던 인물을 그렇게 보내는 그의 방식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동안 지자제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를 해마다 치러야 한다. 그는 단임대통령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신껏 일할 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강점을 밀고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는 치고 나가는 것 뿐아니라 착실하게 다지고 마무리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개혁은 시작못지 않게 추진이 중요하며, 그것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진퇴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과감한 추진력에 안정감과 신뢰감을 보태어 개혁을 완성해가는 것이 그의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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