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너선 데미(박흥진의 명감독 열전:2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너선 데미(박흥진의 명감독 열전:22)

입력
1995.02.27 00:00
0 0

◎도시의 광기·에로티시즘 멋진 조율/파격적 심리묘사·예측불허 긴장감 탁월/대학시절부터 영화평… 「양들의 침묵」대표작 어둡고 급박하며 괴기한 서스펜스 스릴러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91년·오라이언작)은 겉으로는 범죄수사극의 모양을 갖췄지만, 안으로 파고들어 보면 심리전의 영화요 거의 악마성까지 띤 에로티시즘의 영화라고 하겠다.

 두 주인공인 미연방수사국(FBI) 여자요원과 그녀에게 범죄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감옥 속의 연쇄살인범간의 심리대결에서 발생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이같은 마음의 싸움에서 방전되는 성적 매력이 주는 변태적인 자극미가 이 작품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공식대로 작품만들기를 거부하면서 늘 주변에 서 있으려 하는 조너선 데미는 남성중심사회의 「언더독」(패배자)인 여자를 중심인물로 내세운 영화를 여럿 만들었는데(「감방 속의 열기」, 「섬씽 와일드」, 「갱스터의 아내」) 「양들의 침묵」도 그 범주에 속한다.

 이제 막 FBI에 입소한 총명하고 강인한 클래리스(조디 포스터)는 데미의 변덕스럽고 좀 야한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경직됐을 정도로 강한 도덕관념을 지닌 여자다.

 클래리스의 이같은 표면적인  경직성 밑에는 그녀의 불안하고 어두운 과거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녀가 수감된 전직심리과 의사요 식인살인범인 한니발(앤터니 홉킨스)에게 수사상의 자문 대가로 자신의 과거를 한올한올 풀어내 보여주면서 두사람간에는 고해를 하는 자와 듣는 자의 관계가 형성된다.

 여자만 납치해 살해한 뒤 사체의 피부를  발라내 옷을 해입어 「버팔로 빌」이라는 별명이 붙은 범인의 연쇄살인과 수사당국의 추적은 이같은 두 사람의 묘한 심리와 감정표현을 위한 서브플롯에 지나지 않는다.

 아카데미 작품·감독·각색·남녀주연상을 받은 이 영화는 토머스 해리스의 동명소설이 원전. 매섭고 단단한 포스터와 사악하고도 코믹한 광기가 서린 홉킨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오금이 저려오는 내적 공포감에 압도당하게 되는 지적이고 세련된 스릴러이다.

 데미는 플로리다대 재학시절무터 영화평을 썼고 졸업 후에는 애브코-앰버시영화사에 취직, 선전과 홍보부서에서 일했다. 90년대에는 B급 영화의 왕이라 불리는 로저 코먼의 뉴월드사에 들어가 각본을 쓰고 제작도 했다.

 뉴월드사는 싸구려 영화를 국화빵 찍어내듯 만들어 내는 영화사로 마틴 스콜세지, 피터 보그다노비치, 플로랜스 포드 코플라 등 감독과 잭 니콜슨, 로버트 데 니로, 데니스 호퍼같은 배우들이 모두 여기 출신이다. 그중에서도 데미는 가장 탁월한 재주꾼으로 꼽히고 있다.

 데미는 다소 과격하나 강요되지 않은 인간성과 상세하고 풍부한 일상의 관찰, 그리고 미국생활의 특이한 다양성 등을 우아한 시각 스타일 안에 표현해내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감독이다.

 감독 데뷔작 「감방속의 열기」(74년)에서부터 재주와 스타일로 비평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역라디오로 연결된 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조심해 다루세요」(77년)로 비평가들로부터 첫 격찬을 받았고 하워드 휴스를 자기 차에 태워 준 한 소시민 실화를 그린 「멜빈과 하워드」(80년)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최근작은 「필라델피아」.

 데미는 극영화, TV영화, 기록영화, 퍼포먼스영화, 뮤직비디오 등 온갖 형태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혼혈아같은 영화를 많이 만드는 예측불허의 재주꾼으로 그의 영화는 도시적이고 파괴적이며 야하면서도 멋이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