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땅 “우리도 달라”/동창회·장학회서 사찰까지 다양 친일파 송병준의 증손자 돈호(50)씨가 『우리에게도 땅을 기부하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송씨에 의하면 지난 10일 수천억원대 땅을 사회복지법인에 기증키로 한 사실이 보도되자 땅을 달라는 전화와 편지가 쇄도하고 있는데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 피신을 해야할 정도다. 특히 「송씨가 재산기부를 철회했다」는 일부 신문의 보도이후 『우리에게 땅을 나눠달라』는 요청이 한층 폭주하고 있다. 한국일보사 등 언론기관에도 「현대사 연구가」「절친한 군대동기」 등 갖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송씨와 땅을 기부받을 사회복지법인 숭덕원의 전화번호를 문의하고 있다.
송씨에게 부동산 기부를 요구한 단체에는 모 대학동창회, 모 장학회, 모 전문지 발행자, 사학 관련단체 등과 여러 사찰 교회 등이 포함돼 있다. 이중에는 송씨의 「결단」을 칭송하며 타당한 명분으로 땅 기부를 요청하는 단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황당한 「사업계획」등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송씨에게 매달리고 있다. 송씨는 수시로 찾아와 땅을 달라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몸살이 나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는 『선의를 오해하는 이들이 많아 후회스런 생각도 들지만, 「선대의 허물을 선행으로 갚는 장한 결정」이라고 격려하는 편지도 많아 당초 약속대로 숭덕원측이 장애인 기술대학 설립 등에 유용하게 쓰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숭덕원측에 의하면 송병준의 부동산은 5백20여만평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중 3백70여만평은 등기부 등본에 송병준 명의로 남아있고, 1백50만여평은 국방부 산림청 등의 명의로 된 국유지. 땅값은 공시지가로 5천억원대, 시가로는 7천억∼8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숭덕원측은 이 땅의 대부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송병준명의로 남아있는 땅은 상속을 원인으로 해 돈호씨 명의로 등기이전을 할 수 있고, 국유지는 소유권반환청구소송을 내면 승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숭덕원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비록 친일파 재산이 자손에게 돌아가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에는 맞지 않지만 소유권 회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돈호씨는 92년부터 제기한 소송중 지적원도만 제출한 경우는 증거불충분으로 패소했으나, 토지조사부등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한 소송은 승소해 8천여평의 땅을 되찾았다.<현상엽·박진용 기자>현상엽·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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