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신문업계가 요즘 신문용지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냥 시달리는 정도가 아니라 면수를 줄이거나 사람을 해고해야하는 경영차원의 압박으로 직결될 정도로 심각하다. 그리고 이는 뉴스를 다루는 일선 편집진과의 갈등을 낳는 구조적 요인으로 파생되고 있다. 최근 아이오와주의 한 지방신문 편집간부 2명이 돌연 사퇴하면서 미국언론계가 겪고 있는 이 문제가 극적으로 표출됐다. 데 모인시「레지스터」지의 제네바 오버홀서 편집국장과 데이비드 웨스트팔 부국장은 경영수지일변도의 신문제작 방식을 못견디고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여성인 오버홀서 국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미국언론계 전체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을 지내다 88년부터 이 신문의 편집국장으로 재직해온 그는 곧 「전국편집국장회」의 회장직을 맡게 될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또한 레지스터지가 「USA 투데이」를 발행하는 미국최대의 언론그룹「가네트」사의 방계신문이라는 점에서 파문을 더한다. 이 신문은 원래 전국지로서 나름대로의 명성을 갖고 있었으나 4년전 가네트의 경영방침에 따라 지방지로 스스로 영역을 축소했었다. 이로인해 한때 35만부가 나가던 발행부수는 18만부로 줄어들었고 일요판은 50만부에서 31만부로 떨어졌다.
레지스터는 경영악화를 막기 위해 신문지면을 줄이고 각종 뉴스칼럼을 폐지하는등 편집쪽의 비용요인을 계속 줄여나갔었다. 지난 1월 이 신문은 사고를 통해 『전국적으로 신문용지값이 급등하는등 경영애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모회사인 가네트는 원래 이윤 우선의 신문경영방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버홀서는 『신문이 기업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신문기업의 이윤은 독자에게 더 나은 신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사임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신문업계가 겪는 용지난은 전례가 없을 정도다. 용지값은 미국신문의 전체 제작비용에서 20%를 차지하는데 이는 인건비지출 다음으로 큰 비율이다. 그런데 지난해말 톤당 4백69달러이던 신문용지값은 1월에 5백52달러로 뛰더니 오는 3월에는 6백달러, 5월에는 6백75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올해말까지 용지값은 40%가 오를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국지의 경우 평일 80쪽에 달하던 신문지면수를 줄이는 방안도 고육지계중 하나이다. 물론 신문값을 올리는 방안도 포함된다. 뉴욕타임스만해도 지난해 말 50센트이던 평일의 가판대금을 60센트로 20% 인상했다. 뉴욕타임스의 연간 용지소비량은 3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체 그룹내에서 용지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6%에 불과한데도 경비절감을 위해 인쇄와 뉴스부서등에서 지난해 1백여명을 감축하기도 했다. 그리고 각 신문사는 더 오르기전에 용지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신문용지가 비싸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이 어긋난데서 비롯된다. 광고가 불황이던 80년대와 90년대초반 용지생산량이 1천5백만톤이었으나 광고경기가 회복되고 지면을 늘이는 추세에 들어선 최근들어서도 생산량은 1천6백만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용지공장들은 지난 80년대 수요예측을 잘못해 과잉투자를 하는 바람에 애를 먹은 뒤 설비를 늘이지 않았다. 수요에 맞춰 새로 설비를 갖추려면 앞으로 3년이 걸린다는 것.
미국언론계가 신문의 질과 신문의 수익을 맞추는 접점을 어떻게 찾아갈지가 흥미롭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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