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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사랑의 기쁨 연재할 최인호­평론가 김치수 대담

입력
199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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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소비재로 전락한 느낌/글에 순수함·향기 불어 넣겠다”/기본기충실한 정통적 문장으로 삶의 진리와 고통에 맞닿아 있는 신고전주의소설로 독자 만날터 3월1일 시작되는 연재소설 「사랑의 기쁨」의 작가 최인호씨와 문학평론가 김치수씨가 만났다. 지난 70년 최씨의 단편 「술꾼」을 「문학과지성」 창간호에 재수록하는 문제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은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최인호와 우리소설」에 대해 이야기했다.<편집자주>

 ▲김치수=최인호씨는 신문연재소설과 우리 소설사에 시대적 전환을 가져온 작가입니다. 첫째는 한 젊은 소설가가 엄청난 독자들을 만들어낸 점입니다. 또 하나는 장편소설을 연속적으로 펴내 대히트함으로써 소설의 중심을 장편으로 옮아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청년문화라는 말을 유행시킬 만큼 현실과 긴밀히 조응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80년대 이후에는 또 다른 문학세계를 펼쳐 인생이 점차 익어가듯 완성단계로 올라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인호=어릴 적부터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작가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20대 중반 신춘문예로 등단해 쉼없이 단편들을 써냈지요. 70년대 우리사회로 보자면 신세대였던 나는 구태의연한 문학풍토가 싫었습니다. 자유로운 꿈꾸기, 그 당시 나의 가슴 속은 훨훨 날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찼었죠. 이제 억지로 꾸미는 소설은 못 쓰겠습니다. 「사랑의 기쁨」은 갈등과 음모를 꾸미지 않고 작위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쓰는 첫 현대소설이 될 것입니다. 

 ▲김치수=사람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육체적 변화에 따라 욕망의 질이 달라집니다. 대체로 젊은 날의 욕망은 즉각적이고 즉물적이기 마련 아닙니까. 삶과 문학을 보는 눈은 시간과 함께 폭 넓어지고 깊어지게 되지요.

 ▲최인호=작가는 일생동안 탑을 쌓아가는 석공과 같다고 생각해요. 잘못 쌓다보면 탑이 무너질 위기에 닥칠 수도 있지만 타인의 눈에 연연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다보면 성취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된 것이 요즘처럼 행복했던 적이 없습니다. 최근 몇년간 역사·종교소설을 주로 쓰면서 나의 내면적 성장과 함께 작품이 성숙해져 간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문학이 향기를 잃어가고 위기의식이 팽배한 때 정통적인 문장, 순수한 마음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소설을 써 보려 합니다.

 ▲김치수=최인호씨는 70년대 우리사회가 산업화의 징후를 보일 때, 이를 가장 민감하게 포착해 형상화했습니다. 시대에 민감했던 모습 그대로라면 요즘같은 후기산업사회나 영상매체사회에 맞는 이야기를 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최인호=신고전주의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이것이 요즘 우리 문학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시대를 보는 눈입니다. 소설의 큰 주제는 20대 후반의 딸과 50대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격렬하다 못해 대부분 증오로 표출되는 사랑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치수=최인호씨가 요즘 써낸 역사·종교소설은 초기만큼 많은 독자들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이 역사나 종교를 주제로 소설을 쓰는 것에는 불만입니다. 젊은 날의 빛나는 창작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통해 나오는 것인데 그것을 이리저리 펼치기도 전에, 역사나 종교의 상상력에 기대고 그런 주제들과 자기 생각과의 조합을 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최씨의 경우는 소설의 주제가 변해온 것처럼 문학·삶·우주에 대한 사고의 변화가 있었는지요.

 ▲최인호=나이를 먹을수록 문학을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입니다. 문학이 삶의 진리와 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삶과 문학이 동떨어져 있을 때 그 문학은 거짓입니다. 작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가 쓴 글이 삶과 맞닿아 있다고 느끼고 좋다고 평할 때 작가는 가장 행복할 것입니다. 나는 「사랑의 기쁨」을 집사람이 아주 좋다고 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치수=소설은 「있는 것」을 그려낼 수도 있고,「있어야 할 것」을 통해 삶의 진실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두 여성을 제재로 「있어야 할 것」을 써보겠다는 생각이로군요.

 ▲최인호=70년대의 「별들의 고향」이 산업사회에 포위된 여자, 남자의 횡포에 희생되는 약자를 다루었다면 이번엔 존재론적인 의미로 여자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면서 주체적·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해 가는 모습을 그리려 합니다.

 ▲김치수=영상이 압도하고 컴퓨터가 문학과 결합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깊이가 없어지고 문학은 1회성 소비재가 돼가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대에 신고전주의로 회귀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인호=90년대 우리 문단은 기본기에 충실한 작가들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고통입니다. 그 고통에서 도망가는 편법은 글을 쓰는 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리려는 모녀관계는 세대차로 일그러진 가족상이 아니라, 어머니는 딸을 낳았지만 딸은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오해와 사랑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소설이 될 것입니다. 나는 50이 되어 처음 작품을 낼 때의 기분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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