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행정구역개편작업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민자당이 새정부출범이후 다른 것은 몰라도 「다양성」측면 하나로는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당론과 당직자의 「사견」, 평의원들의 입장이 서로 뒤엉켜 있으면서도 당은 여전히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자신은 이같은 상황을 「당내 민주화」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여권핵심부의 지침에 따라 군소리없이 일방통행을 강행했던 과거 집권여당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민시대여당』이라고 자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당내 모습을 지켜보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한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최근 당내에선 행정구역개편문제를 놓고 어처구니 없는일이 여러차례 벌어졌었다. 지난 24일 행정구역개편의 실무당직자가 『대통령이 선거연기문제를 결심해야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낳았다. 본인은 뒤늦게 사견이라고 해명했고 고위당직자들도 한낱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는 당대표가 국민을 상대로한 국회연설에서 『선거는 법대로 치른다』고 말한지 불과 이틀뒤의 일이었다. 이 사건은 발언당사자의 양식에 문제가 있거나 민자당지도부의 위계질서에 균열이 생긴 결과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고위당직자들간에도 이견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부 개편주도당직자와 평의원들간의 인식의 괴리는 말 할 것도 없다. 개편문제가 불거져 나온 이후 참석자들의 견해차이로 고위당직자회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있다. 의원회관주변에서는 현행 행정구조의 문제점은 이해하면서도 『지금은 선거에 이기기위해 각종 개혁정책으로 승부를 거는게 더 중요하다』 『야당이 합의해 주지않을텐데 과연 되겠는가』 『우리 손으로 지난해에 기초선거정당참여를 허용했는데 이제와서 뒤바꾸겠다면 여론이 납득하겠는가』라는 등의 회의론이 적지않다.
사실 행정구역개편문제는 민자당이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내의견수렴절차를 충분히 밟지않은 상태에서 소수인사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때문에 혼선만 빚고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야당을 설득하기에 앞서 당내의견부터 먼저 통일시키는게 급선무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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