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에 의한 범인조작 및 인권유린의 본보기라는 주장속에 전국적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해 발생한 부산의 국민학교생 강주영(8)양 유괴살인사건1심선고결과는 국민적 우려를 그대로 실증했다. 재판부(부산지법제3형사부)가 검찰구형과 경찰수사내용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고법 및 대법원까지의 확정판결과정이 남아 있으나 이같은 뒤집기 내용은 1심만으로도 너무나 충격적이다. 국가공권력과 소추권을 행사하는 검·경과 인권의 보루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이처럼 정반대로 나타날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인권보장과 실체적 진실구현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증좌가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선고내용을 보면 왜 국민들이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가 저절로 분명해진다.
수사 및 구형당시 주범으로 지목, 사형이 구형됐던 원종성(23)피고인을 비롯, 각각 무기형이 구형됐던 옥영민(27) 남모(19·여)피고인 등 3명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그리고 당초 무기형이 구형됐던 강양의 이종사촌언니 이모 피고인(19·여)에게는 오히려 구형보다 높은 사형이 선고된 것도 아울러 놀랍기 그지없다 하겠다.
이번에 무죄가 선고된 3명의 피고인들은 범행발생 40여일만인 작년11월21일의 첫 공판때부터 계속해서 무죄임을 주장해 왔고 변호인들은 물론이고 부산의 변호사회와 인권단체에서도 고문에 의한 범인조작 및 인권유린이라며 검·경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 전국적 관심사로 부각되어 왔었다.
검찰은 이같은 1심선고에 대해 당연히 항소할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섣부른 결론이란 만의 하나 위험할 수가 있음도 부인키 어렵다 하겠다.
하지만 재판은 증거로 하는 게 원칙이다. 그리고 명백한 증거에 의해 유죄임이 입증되지 않는한 당연히 무죄로 인정되는게 법의 정신이요, 국민적 기본권임을 생각하면 이번 선고의 의미는 엄청나다.
가장 먼저 지적되어 마땅한 것은 인권을 유린하는게 법과 제도의 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문민시대에서도 여전한 타성에 젖은 구시대적 수사관행임이 다시 한번 드러난 점이다. 이번에 무죄선고된 3명을 검·경이 옭아맸던건 이모양의 자백과 고문조작 및 재판부에 의해 증거능력이 배제된 유전자감식결과등 뿐이었던 것이다.
아직 의문은 남아있다. 이번 판결도 2대1의 표결로 내렸을 정도여서 미심쩍은게 여전히 많다고 한다.그러나 증거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몰수 없다는 법의 정신과 원칙만은 이번 선고로 보다 분명해졌다 하겠다. 국민들은 상급심의 재판과정도 깊은 관심속에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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